1300여년 전 통일신라시대 ‘수세식 화장실’ 유적 발견

경주 동궁과 월지 북동쪽 인접지역의 발굴 조사에서 나온 변기형 석조물. 문화재청 제공


1300여년 전 통일신라 왕족들이 사용하던 수세식 화장실 유구가 나왔다. 우리나라 고대 화장실 유적 가운데 화장실 건물과 석조 변기, 오물 배수시설이 모두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북 경주 동궁과 월지(옛 안압지)의 북동쪽 인접지역에 대한 발굴 성과를 26일 현장에서 공개했다. 이곳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인 문무왕 14년(674년)에 세워진 동궁과 주요 관청이 있던 자리다.

공개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수세식 화장실 유구다. 화장실 건물과 함께 변기시설, 오물 배수시설이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로 나왔다. 신라 왕궁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초석 건물지 안에 변기가 있고, 오물이 배출될 수 있도록 기울어지게 설계된 암거시설(지하에 고랑을 파 물을 빼는 시설)까지 갖춘 석조물이다. 즉 양다리를 딛고 쪼그려 앉을 수 있는 판석형 석조물과 그 밑으로 오물이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타원형 구멍이 뚫린 또 다른 석조물이 조합된 형태다. 물을 유입하는 설비가 따로 없는 것으로 보아 항아리에서 물을 떠서 오물을 씻어내는 방식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 측은 “고급 석재인 화강암을 사용했고, 바닥에 타일 기능을 하는 전돌(벽돌을 쪼갠 것)을 까는 등 통일신라 최상위 계층의 일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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