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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정진영] 가객 김광석



달포 전 전화 한통을 받았다. 대구 중구청 관광개발과장이라고 밝힌 그는 “달라진 김광석길을 보러 꼭 한번 오시라”고 했다. 3년여 전 김광석길이 ‘한국의 대표 관광지 100곳’으로 소개된 것과 달리 볼품이 없다고 지적한 내 칼럼을 잘 봤다며 확 바뀐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김광석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대구 대봉동 방천시장 옆에는 2010년 그의 이름을 딴 길이 만들어졌다. 3m 정도 너비에 350여m 길이의 골목에는 가수의 얼굴과 노래가사가 적힌 벽화, 통기타 조형물, 작은 공연장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그를 제대로 떠올릴 거리가 별로 없었다는 느낌을 썼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얼마 전 다른 일로 대구를 찾은 김에 들른 그곳은 확실히 달라졌다. 3년의 공을 들여 지난 6월 완공한 ‘김광석 스토리하우스’는 단박 눈에 띄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엔 그가 쓰던 기타와 하모니카, 자필악보, 일기, 미공개 사진 등 100여 점이 전시됐다. 길 이름에 걸맞은 이야기가 비로소 덧붙여진 것 같았다. 장년과 초로 연배들에게 김광석은 추억이자 전설이다. 시 같은 노랫말과 음유적 창법에서 나오는 호소력 짙은 소리는 참 좋다. 김광석은 세상을 떠난 다음 더 빛나는 가수다. 그래서 ‘영원한 가객(歌客)’으로 불린다.

그가 돌연 ‘뉴스’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울림이 깊은 가수가 사회적 사건의 발화자가 됐다. 단초는 한 기자가 만든 다큐영화 ‘김광석’이었다. 작품은 고인의 사인을 의심했고 아내 서모씨를 추궁했다. 친한 후배는 이 영화에 대해 ‘파편적인 가설의 나열’이라고 SNS에 썼다. 석연찮은 자살이 곧 타살을 확증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의혹과 정황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김광석의 죽음을 둘러싼 논쟁은 어느새 공적 관심사로 자리 잡았다. 잇따라 촉발된 내밀한 가족사, 딸의 죽음에 얽힌 논란 등은 여론을 움직였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됐고 정치권에서는 공소시효가 끝난 사건이라도 새 단서가 발견되면 재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김광석법’이 추진되고 있다.

지역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김광석 스토리하우스엔 지금까지 주말 인파로는 가장 많은 1000여명이 찾았다. 대구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몰렸다고 한다. 사람을 위로하고 세상을 바꾸는 김광석의 노래가 그립다. 뉴스 속의 그는 낯설다. 언제쯤 서정의 가객 김광석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정진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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