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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180억 들인 차세대 무인기, 시험비행 중 추락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개발 중인 차세대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UAV-Ⅱ)가 지난해 첫 시험비행 도중 추락한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사고조사에 나선 방위사업청 방위사업감독관실은 ADD 비행제어팀 연구원의 중대 과실로 추락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해 비행제어팀 전원에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방사청이 무기체계 개발 사업에서 발생한 사고로 해당 연구원들에게 배상을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방위사업청이 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보고한 ‘군단급 UAV-Ⅱ 시제 1호기 추락사고 검토 보고서’ 등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24일 충남 논산 육군항공학교에서 UAV-Ⅱ 초도비행이 이뤄졌다. ADD가 개발을 주관하는 UAV-Ⅱ는 현 군단용 UAV를 대체하는 사업으로 2012∼2017년 1180억원이 투입된다. 그런데 초도비행에 나선 무인기가 이륙 직후 왼쪽으로 쏠리더니, 활주로 끝단에 불시착했다. 이 사고로 무인기 동체가 완파돼 67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감독관실 조사결과 ADD 비행제어팀 소속 담당자가 무인기의 고도·속도·풍향을 측정하는 장비의 좌표 신호체계를 반대로 입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무인기 오른쪽에서 바람이 불면 측정 장비가 이를 인식해 무인기가 우측으로 반응해야 한다. 그러나 신호가 반대로 입력돼 있다 보니 좌측으로 반응했고, 무인기는 결국 균형을 잃고 추락했다.

감독관실은 연구팀 담당자가 측정 장비 도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등 최소한의 주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또 비행제어팀장 이모씨를 비롯한 팀원 5명에게 업무상 과실 책임이 있고, ADD 인사규정 제21조(손해배상 의무)에 의거해 배상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난 7월 ADD에 통보했다. 팀원들이 전적으로 동체 파손 배상을 부담한다면, 1인당 13억원이 넘는 거액을 물어내야 한다.

ADD는 방사청 입장에 불복해 지난 8월 3일 방사청에 ‘검증결과에 대한 재검토 요청’ 공문을 보냈다. ADD는 무기체계 개발에서 결함이 발생하면 이를 보완하는 것은 일반적인 과정이고, 연구개발 중 발생한 일로 연구원 개인에게 민사상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방사청은 연구팀 중징계 및 손해배상 청구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DD는 조만간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연구원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ADD가 상급기관인 방사청의 요구를 무시하기도 어려워 손해배상 요구 등이 확정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글=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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