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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형… 10대 소녀에도 죗값은 엄중했다

10대 소녀들이라고 해서 선처는 없었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두 피고인에게 법정 최고형이 선고됐다. 수의를 입은 두 소녀는 판사가 형량을 선고하는 순간에도 무덤덤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는 22일 오후 2시 413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이 사건 주범인 고교 자퇴생 A양(17)에게 징역 20년을, 공범인 재수생 B씨(18)에게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검찰이 구형한 형량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만 18세 미만 소년의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할 수 없어 징역 20년이 최고형이다. B씨는 범행 당시 소년법상 소년(19세 미만)이긴 하지만 만 18세여서 사형·무기징역 감형 특례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각각 3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적용된 죄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죄다.

A양은 지난 3월 인천 연수구의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8세 여자 초등학생을 자신의 집으로 유괴해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재판부는 “매우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A양이 주장한 심신장애(미약·상실), 자수, 우발적 범행 등 감경 사유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A양과 함께 범행을 계획하고 훼손된 피해자의 시신을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공범 B씨에 대해서는 “공모관계를 인정하는 주범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면서 살인죄를 인정했다. B씨 측은 그동안 사체유기 혐의는 인정했지만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해 왔다.

재판부는 B씨에 대해 “비록 범행 당시 19세 미만이라도 성년을 불과 9개월여 앞둔 상태였다”며 “소년의 미성숙함을 들어 이 사건에 이르게 됐다고 하기에는 생명경시와 참혹함이 상당하다”고 무기징역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날 법정에서 앞뒤로 선 두 피고인은 선고가 진행되는 40여분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몇몇 방청객은 판사의 얘기에 훌쩍거리거나 탄식을 내뱉기도 했지만 둘은 선고 직후는 물론 법정을 나서는 순간까지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거나 방청석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법정 앞에는 재판이 시작되기 전인 오후 1시쯤부터 방청객 수십 명이 몰렸다. 그러나 변호인석에는 변호사들이 법정 최고형 선고를 예상한 듯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재판이 끝난 후 법정 바깥으로 나온 방청객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일부는 “이렇게 단호한 판결문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단호한 판결을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악마에게는 법의 온기를 느낄 수 없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한 검찰 간부는 “성인의 중범죄는 엄격하게 처리해야 하지만 어린 시절 범죄는 바로 잡아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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