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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소녀는 없었다… 멕시코, 희대의 오보에 허탈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구조대가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구조대원이 잔해 속에서 생존자로 추정되는 소리가 들리는 듯 주변에 ‘조용히 하자’는 뜻으로 팔을 치켜들고 있다(왼쪽). 초특급 허리케인 마리아가 강타한 푸에르토리코에서 나이든 부부가 부서진 집 앞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있다. 신화AP뉴시스


멕시코 지진 참사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12세 소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희대의 오보에 실망과 허탈감이 컸지만 지진 현장 곳곳에선 매몰자의 생존율이 떨어지는 ‘골든타임’ 72시간 안에 생존자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한 필사적 노력이 펼쳐졌다.

21일(현지시간) AP, AFP 통신 등은 멕시코시티 엔리케 레브사멘 학교 현장에 학생 실종자는 없다면서 남은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도 없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전날 멕시코 최대 방송사인 텔레비사는 구조대가 잔해 더미 바깥으로 손가락을 내밀어 생존을 알린 소녀를 찾았다고 보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소녀는 멕시코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면서 지진 참사 속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구조 과정을 중계하는 가운데 소녀가 12세의 프리다 소피아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대적인 구조작업에도 불구하고 소녀는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학생 명단 가운데 프리다 소피아는 아예 없었다. 아우렐리오 누노 교육장관은 “모든 학생들은 안타깝게도 숨졌거나 병원에 치료 중이거나 집으로 안전히 돌아갔다”고 발표했다.

멕시코 국민은 정부와 언론이 만들어낸 거짓 이야기에 헛된 희망을 품었다며 분노했다. 당국은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 중 착각을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앙헬 엔리카 사르미엔토 해군 차관은 “잔해 더미 속에서 혈흔이 발견됐으며 이외에 다른 증거들로 미뤄볼 때 누군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성별은 모르지만 어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안타까운 사연이 속속 전해졌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가장 피해가 큰 지역 중 한 곳인 푸에블라주의 작은 마을 아트살라에선 세례식 도중 성당 지붕이 무너져내려 세례를 받던 생후 2개월 된 아이와 세례식에 참석한 가족 등 일가족 11명이 몰살됐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의 아버지가 세례식 대신 온 가족의 장례식을 치르게 됐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멕시코에서는 이날까지 최소 27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비록 사망자가 늘고 있지만 마지막 생존자를 찾으려는 눈물겨운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멕시코시티에서는 10개 붕괴 현장에서 구조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당국은 적외선 스캐너와 움직임 탐지기, 구조견 등 각종 수단을 이용해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다. 시민들은 건물 잔해를 치우기 위해 양동이와 쇼핑카트, 손수레 등을 가지고 피해 현장으로 달려왔다. 매몰 위험 속에서 시민들은 인간 띠를 만들어 잔해를 옮겼다.

붕괴 현장에는 ‘침묵’이라고 적힌 팻말이 곳곳에 꽂혀 있다.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잔해 속에서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조용히 하자’는 뜻으로 팔을 하늘로 치켜든다. 구조대의 이런 노력 끝에 지금까지 60명가량이 목숨을 건졌다.

한편 초강력 허리케인 마리아가 카리브해를 통과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도미니카공화국 7명, 프랑스령 과달루페섬에서 2명 등 사망자가 속속 집계됐다.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전력 시설이 100% 파괴돼 섬 전체가 정전됐으며, 인명피해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됐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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