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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냐 北이냐”… 美, 中에 양자택일 요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회담에 외교안보팀 핵심 참모들과 함께 참석해 있다. 오른쪽부터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AP뉴시스




“북한과 거래하든지, 미국과 거래하든지 택일하라. 둘 다 할 수는 없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새 대북 제재 행정명령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북한과 거래를 계속하는 나라의 은행과 기업, 개인에 대해서는 미국이 거래를 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 협조 없이는 북한의 무역과 금융을 고립시키기 어렵다고 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번 행정명령이 과거 미국의 대북 제재와 다른 것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조와 관련 없는 정상적인 대북 거래, 특히 아주 광범위한 분야까지 제재 사유로 적시했다는 점이다. 북한의 무역을 총체적으로 옥죄겠다는 의지다.

행정명령이 금지 대상으로 적시한 ‘북한과의 거래’를 산업분야별로 보면 사실상 북한 경제를 총망라하고 있다. 건설과 에너지, 금융서비스, 어업, 정보통신, 제조업, 의약, 광업, 섬유, 운송 등이 모두 거래 금지 분야다. 북한의 항만을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기업, 개인도 제재를 받는다. 북한의 수출입에 관여하거나 북한 정부와 노동당을 위한 상업적 활동에 참여한 개인도 제재 대상이다.

제재 대상으로 선정되면 미국 은행과 거래를 할 수 없다. 미국 은행과 거래가 금지된다는 건 국제 금융시장에서 고립된다는 걸 의미한다. 달러화가 기축통화인 데다 미국 은행들이 국제금융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과 거래를 계속하는 외국 은행과 기업, 개인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고립될 뿐 아니라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는 불이익까지 받을 수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목적으로 꺼낸 카드로는 역대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도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니콜라스 번스 전 미 국무부 차관은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가 불충분했다는 걸 감안하면 기민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직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부 테러담당 차관보를 지낸 데이비스 코언 변호사는 “러시아 제재에 적용했던 산업분야별 제재 방식과 이란 제재에 활용했던 은행 제재 기법을 합쳐 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제재 역시 허점과 한계가 없지는 않다. 미 의회 청문회에서 전문가들이 지적한 것처럼 북한의 제재 회피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북한은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자금세탁을 거쳐 은행 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중국과 러시아 선박들이 항로 도중 목적지 변경 및 위치추적 장치를 끄는 수법으로 북한 석탄을 실어나르는 등 밀무역을 하는 사례도 있다. 겉으로만 북한과 거래를 중단하고 장부 외 거래를 하거나 물물교환 방식으로 거래를 지속하는 경우는 포착하기 쉽지 않다.

외국 은행과 기업의 대북 거래를 중단시키려면 중국과 러시아 등 해당 국가 정부의 단속 의지가 관건이다. 미국 정부의 조사 역량에는 한계가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새 행정명령을 발표하기 전 중국에 미리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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