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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유엔 정신이 가장 절박한 곳이 한반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뉴욕=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대화냐 압박이냐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 한반도 문제의 최우선 과제로 ‘평화’를 제시한 것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미·중 중심의 대북 접근법 대신 유엔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는 등 다자외교 채널을 통한 ‘제3의 해법’ 구상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유엔 역할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특별히 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을 비롯한 유엔의 지도자들에게 기대하고 요청한다”며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엔헌장이 말하고 있는 안보 공동체의 기본 정신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구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자주의 대화를 통해 세계 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 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곳이 바로 한반도”라고 지목하고 “도발과 제재가 갈수록 높아지는 악순환을 멈출 근본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야말로 유엔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초국경적 현안이 날로 증가하고, 어떤 이슈도 한두 나라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오늘날, 한반도와 대한민국에 주목하길 희망한다”면서 미·중의 역할만으로는 북핵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시급함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며 “북한은 이 모든 움직일 수 없는 사실들을 하루빨리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전쟁 중 피난지에서 태어났다. 나 자신이 전쟁이 유린한 인권의 피해자인 이산가족”이라며 “그 전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로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평화를 갈망하는 심장은 고통스럽게 박동치는 곳이 오늘의 한반도, 대한민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자발적으로 대화 테이블에 복귀할 것도 강력히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스스로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평화는 스스로 선택할 때 온전하고 지속가능한 평화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발언도 인용했다. 한반도에서 긴장 유발 행위나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현재의 안보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설 당시 총회장을 박차고 나갔던 북측 인사 2명은 문 대통령의 연설을 끝까지 지켜봤다. 중간중간 노트북에 메모를 했고, 서로 귀엣말을 나누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북한 관련 언급을 할 때는 북측 대표단을 쳐다보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뉴욕=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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