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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 대화·포용없는 정치무대에 던지는 준엄한 훈계


 
저자는 우리 정치 무대를 바라보며 “시민교육의 수준은 정치의 수준을 결정하고, 정치의 수준은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설파한다. 타자를 부정만 하는 편협된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툭 하면 퇴장이 반복되는 국회 본회장 모습.국민일보DB


언젠가부터 ‘개념 있는 사람’이 그리웠다. 상식, 상황, 역할에 맞게 행동하며 신뢰감을 주는 사람, 타자 안으로 들어가서 공감하고 배려하기에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주변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며 포용하는 사람, 이러한 개념 있는 사람이 그리웠다.

우리는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본래적 사람의 개념에서 이탈한 채 자신에만 집중하며 ‘개념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개념 없는 사람의 세상에서 정치는 ‘개념 없는 정치’가 됐고, 정치인은 ‘개념 없는 정치인’이 됐다. 개념의 정신에 입각해 개념 없는 정치와 정치인이 만든 부정적 현실을 지양하면서 본래 정치의 개념으로 회복하는 ‘개념 있는 정치와 정치인’을 제시하는 책이 경인교대 장준호 교수에 의해 출간됐다. 『철학으로 풀어 본 개념정치』이다.

개념 없는 정치가 회복해야 할 정치의 ‘본래적 개념(original concept)’은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정치는 공적 사안에 대해 시민들이 모여서 ‘함께 얘기하고’ 좋은 법과 정책을 규칙에 따라 ‘함께 결정하며’ 결정한 것을 ‘함께 실행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의사소통적 행위를 내재한 본래적 정치는 아름답다. 모두가 더불어 공동체의 행복, 자유, 정의를 실현하는 최고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개념 없는 정치는 바로 이러한 정치의 본래적 개념이 현실에서 구현되지 않는 상황, 즉 ‘개념정치(개념 있는 정치)’가 생활 속에서 실현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개념 없는 정치에서는 정치의 개념이 현실의 개별자에게 침투되지 않아서 정치는 자신의 보편성을 상실하고 본래적 개념으로부터 이탈된다. 반면, 개념정치에서는 개념 안의 개념의 정신이 자기 회복 운동을 하면서 개념 없는 정치를 변증법적으로 지양하며 정치 본래의 개념으로 회복한다. 이 때 정치는 각 시민의 정신에 스며들면서 삶의 방식이 된다.

『철학으로 풀어 본 개념정치』의 독특함은 헤겔 철학에 기초해 개념을 ‘정신’ 그 자체로 본다는 데 있다. 개념은 인간 정신의 운동처럼 이성의 변증법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개념은 자기 안에서만 머물며 자기관련성을 획득하는 ‘즉자’의 단계를 넘어, 타자를 부정하면서 자기관련성을 획득하는 ‘대자’의 단계를 거쳐, 그러한 자신을 지양하며 타자 안으로 들어가 공감하며 자신으로 회복하는 포용적 ‘즉자·대자적’ 단계로 나아간다.

따라서 ‘개념 있는’은 개념 안에 이러한 정신으로서의 변증법이 작용하면서 타자 안에 머물면서 자신의 본래 의미를 간직하는 상태를 말한다. ‘개념 있는’ 정치인은 이러한 개념의 정신을 자신의 의식에 체현한다. 나아가 그게 가능하려면 정치인은 철학을 해야 한다. 철학은 이성에 현실을 담으며 현실에 이성을 침투시키는 사유와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개념정치인(개념 있는 정치인)은 철학과 정치를 결합시키는 정치인이라고 본다. 저자에 따르면, 개념정치를 활성화하고 개념정치인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시민교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개인의 개성은 보존·인정되지만 개인의 의식에 자유, 정의, 평등, 평화, 연대의 보편적 가치가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시민교육이다. 시민교육의 수준은 정치의 수준을 결정하고, 정치의 수준은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 따라서 시민교육의 수준이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책에서 시민과 정치인을 위해 대화와 설명에 기초한 소설적 기법으로 정의, 행복, 자유, 복지, 평화, 분권, 교육의 개념을 본래 정치의 개념과 연결시키며 쉽게 풀어간다.

개념 있는 정치를 향한 개념 있는 대화인 것이다. 한국 사회와 독일 사회를 비교하기도 한다. 독일의 복지와 교육, 분단극복의 노하우를 들려준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을 설계한 학자로서 교육정책에 대한 깊은 성찰도 들어 있다. 책의 본문은 ‘걸었다’로 시작하고, ‘걸었다’로 끝난다. 우리 정치인도 타자를 부정만하는 대자적인 개념 없는 정치에서 벗어나 같이 걸으며 대화하는 포용적 개념정치로 회복하기를 희망해 본다.

양병하 쿠키뉴스 기자 md594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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