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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 미국발 ‘긴축 정책’ 시동… 韓銀 “국내 영향 크지 않아”



미국발(發) 긴축 열차가 본격 시동을 걸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다음달부터 보유 자산을 축소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연준이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건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 경기를 끌어올리는 양적완화 시대의 종언이다.

연준의 행보는 그간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것이라 충격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하지만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긴축 행보에 동참할 움직임이어서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까지 단행할 경우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돼 자본유출 발생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도 복잡해졌다.

연준은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보유 자산 4조5000억 달러(약 5078조원)를 다음달부터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달 100억 달러 규모를 시작으로 수년간 점진적인 축소가 이뤄진다. 연준이 사들였던 채권의 만기를 연장하지 않는 방식(재투자 중단)이다. 시중에 풀린 돈이 회수되면서 장기 금리 상승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후 약 9년 만에 꺼내든 긴축 카드의 배경에는 경기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이날 “대차대조표 축소(자산 축소)에 나서기로 한 이유는 (미국)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기준금리(1.00∼1.25%)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은 유지했다. 미국이 허리케인 피해 여파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불투명해졌다는 시장의 예상보다는 매파적(긴축 선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은 허리케인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2.2%에서 2.4%로 올렸다. 미국 경제의 회복은 수출 중심인 한국 경제에는 호재로 꼽힌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연준의 결정이 국내 금융시장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내 기준금리는 1.25%로 14개월째 동결됐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내외 금리 차가 확대되면 문제가 있다”면서도 “그것(금리 격차)도 통화정책의 고려 요인이지만 국내 경기와 북한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고형권 1차관은 “(연준의 자산 축소 결정으로) 국내 금리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은 작다”며 “내외 금리 차 하나로 (자금 유출을) 속단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가 인상 압박을 받을 경우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이날 코스피는 소폭 하락했다. 전날보다 5.70포인트(0.24%) 내린 2406.50으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4.4원 오른 달러당 1132.7원으로 마감했다.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연말 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맞물려 금융시장의 긴장감은 높아질 수 있다”며 “최근 부진했던 은행주는 상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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