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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통일인가 평화공존인가



국내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학자 중 한 명인 최장집(74) 고려대 명예교수의 신간이다. 한반도 정세를 면밀히 살피면서 남북문제의 해법을 전한 내용이 담겨 있다. 보수 정당을 향한 충고나 새로운 시각으로 노동문제를 바라볼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확인할 수 있다.

다채로운 내용이 실렸지만, 독자의 관심은 책의 전반부를 장식하는 ‘통일인가 평화공존인가’에 쏠릴 듯하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하면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평화 공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우리 정부가 추구한 대북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통일이었다. 하지만 최 교수는 통일보다는 “평화의 안정적 관리” 체제를 구축하는 게 지향점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은) 긴 우회로를 따라 통일에 이르는 방식”이라고 적었다.

동북아 국제정치의 역사를 일별한다. 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제고해야한다는 내용도 비중 있게 실려 있다. 최 교수는 한국이 동북아 무대에서 열강에 휘둘리는 일이 반복된 점을 지적하면서 “그동안 한국은 독립적인 플레이어가 아니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전망이다. 동북아는 중국이 성장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펼쳐지는 ‘이중 위계질서’의 형태가 됐다. 최 교수는 “이 새로운 질서에서 어떤 패권적 국가도 이 지역을 독점적으로 지배할 수 없다”며 한국이 “독립적인 플레이어”로 거듭날 기회가 마련됐다고 말한다. “안보를 위해 미국의 핵우산 보호와 한미 군사 동맹의 공고화가 그 출발점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안보와 평화라는 우리 문제는 우리가 풀어야 한다는 인식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무장화에 가장 큰 위협을 받는 국가이니 2인3각 경기를 하듯 호흡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묵직한 내용이 담겼지만 분량이 많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다. 한반도 문제의 해법이 궁금한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것이고, ‘개혁 보수’의 필요성을 역설한 대목은 정치권 안팎에서는 화제가 될 듯하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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