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출판

[책속의 컷] 지구에 남은 1000마리… 너를 만나는 호사



천연기념물 제448호로 지정된 ‘호사비오리’를 아시는지. 오릿과의 물새 ‘비오리’에 ‘호사(豪奢)’라는 단어가 붙은 이 새는 이름에서 가늠할 수 있듯 생김새부터 화려하다. 부리는 선명한 붉은색을 띠고 옆구리에는 용을 닮은 비늘무늬가 새겨져 있다.

지구상에 1000마리도 남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 새는 한반도 이곳저곳에서 겨울을 난 뒤 봄이 되면 알을 낳으려고 백두산으로 날아간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박웅(67)은 분단된 한반도를 자유롭게 오가는 호사비오리가 부러웠다. 그는 이 새에 반해 6년 동안 백두산에 올랐다. 백두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중국의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를 찾아 이곳에 있는 호사비오리 보호지구도 드나들었다. ‘백두산 새 관찰기’는 호사비오리의 삶을 기록한 국내 최초의 기록물이다. 사진은 얼다오바이허 쑹화강(松花江)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호사비오리 암컷이다.

저자는 호사비오리 외에도 30년 넘게 야생 조류를 촬영했다. 그는 “새 사진을 30년 넘게 찍어온 내겐 나름의 법칙이 있는데, 그것은 새들의 존엄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은 그가 얼마나 새를 사랑하는지 짐작케 하는 내용이다.

“봄이 되면 새소리에 끌려 숲속을 헤매고 겨울이면 새들의 날갯짓 소리에 마음을 빼앗겼다. 자연 속에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만큼 행복한 순간은 없는 것 같다.”

박지훈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