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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년 前 대지진 ‘악몽의 날’ 또… 어린이 수십 명 매몰

19일(현지시간) 규모 7.1의 강진이 강타한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구조대원과 시민들이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왼쪽 사진). 강진 발생 후 건물 밖으로 대피한 수많은 인파가 멕시코시티 차로를 메웠다. AP뉴시스


멕시코에 19일 오후 1시14분(현지시간)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22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국 교민 이모(41)씨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일 최소 98명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8.1 지진 이후 12일 만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1985년 1만여명이 사망한 멕시코 대지진 발생 32주년이었다. 인구밀집 지역을 강타한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되면서 사망자가 많았다. 매몰자를 감안하면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도 멕시코시티 로마 노르테 지역의 한 건물 붕괴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부상자를 구출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7일 규모 8.1의 지진으로 최소 98명이 목숨을 잃은 멕시코에 12일 만에 또다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사망자가 최소 227명으로 집계됐다. 지진 강도는 낮았지만 인구 밀집 지역을 강타한 탓이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지질조사국 발표를 인용해 19일 오후 1시14분(현지시간)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남동쪽으로 122㎞ 떨어진 푸에블라주 라보소 인근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일 새벽 현재 최소 96명이 사망한 멕시코시티의 피해가 가장 컸다. 이밖에 모렐로스주(71명)와 푸에블라주(43명)의 피해가 컸다. 아직 붕괴된 건물 속에 매몰자들이 많아 사망자는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한국 외교부는 지진 발생 이후 연락이 두절됐던 교민 이모(41)씨가 무너진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씨는 멕시코시티 5층 건물에서 사무실을 임차해 원단 회사를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시티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던 공무원 호르헤 오르티즈 디아즈(66)는 뉴욕타임스에 “소돔과 고모라가 따로 없다. 신이 우리에게 분노하고 있다”며 망연자실해 했다. 후안 예수스 가르시아(33)는 무너진 건물 앞에서 “아내가 저기 있다. 연락이 안 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영국계 국제학교 교사인 제니퍼 스웨들은 “빠져 나오자마자 건물이 무너졌다”면서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정말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날은 1985년 1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멕시코 대지진이 발생한 지 32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슬픔을 더했다.

미구엘 앙헬 만세라 멕시코시티 시장은 “멕시코시티에서만 44채의 건물이 붕괴됐다”고 밝혔다. 붕괴된 건물 가운데는 학교를 비롯해 아파트와 공장, 슈퍼마켓 등이 포함돼 있다. BBC는 현지 언론을 인용해 “멕시코시티 코아파 지역 엔리케 레브사멘 학교의 붕괴 현장에서 어린이 32명을 포함해 37구의 시신이 발견됐고 아직 어린이 20여명이 실종 상태”라고 전했다. 3∼14세가 다니는 이 학교는 4층 건물로 지붕과 발코니가 완전히 무너지며 건물 뼈대 일부만 남아 있다.

멕시코 정부는 지진 피해지역을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엔리케 페나 니에토 대통령은 TV연설을 통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갇혀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고, 의료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침착하게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피해 지역은 대혼란에 빠졌다. 멕시코시티에서는 200만명이 전기 없이 밤을 지새웠고, 통신도 두절됐다. 지진 여파로 가스 배관이 파손돼 화재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국은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피해 지역에서는 구조대와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돼 매몰자 구조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민들도 구조작업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슈퍼마켓 손수레를 이용해 붕괴된 건물 잔해를 치우는 모습도 보였다.

온라인에도 실종된 가족을 찾으려는 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실종자 가족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거리에 나선 사람들도 많다.

멕시코는 일본, 인도네시아, 칠레 등과 함께 지진과 화산 활동이 계속되는 환태평양 ‘불의 고리’에 속해 있다. 전 세계 지진의 80∼90%가 불의 고리에서 발생한다. 이날 지진은 지난 7일 멕시코 남부에서 발생한 지진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 미 지질조사국은 “두 지진의 진앙은 650㎞나 떨어져 있고 여진도 보통은 100㎞ 이내에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멕시코 강진 후 이날 뉴질랜드 남섬 인근에서도 규모 6.1의 지진이 발생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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