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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영석] 로켓맨



“로켓맨은 어떻게 지내느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던진 질문이다. 로켓맨(rocket man)은 김정은을 지칭한 별명이다. 연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김정은을 비꼰 것이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로켓맨’에 대해 “그곳으로부터 로켓이 날아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켓맨 발언 배경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학창 시절 야구 선수였던 경력에서 해답을 찾는 이도 있다. 미 메이저리그에서 ‘로켓맨’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로저 클레멘스를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1984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데뷔한 그는 160㎞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주무기로 했다. 데뷔 3년차이던 86년 4월 시애틀 매리너스를 상대로 ‘9이닝 20개 탈삼진’을 기록했다. 10년 뒤 96년 9월에도 같은 기록을 달성했다. 두 차례 ‘9이닝 20 탈삼진’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통산 탈삼진 4672개. 7번이나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클레멘스는 99년 라이벌 구단인 뉴욕 양키스로 이적했다. 양키스 선수들은 만세를 불렀다. 최고 투수 합류가 기뻐서가 아니다. 자신들의 머리를 온전히 지키게 됐다는 안도감에서 나온 환호였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타자가 나오면 몸은 물론 머리를 향해 빈볼을 자주 뿌려댔다. 또 다른 별명이 ‘헤드 헌터’였을 정도다. 2007년에는 스테로이드 복용 의혹까지 제기됐다. 악동이라는 측면에서 김정은과 닮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또 ‘로켓맨’을 거론했다. 유엔총회 연설에서 “로켓맨이 자살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했다. “미국과 동맹국이 위협받는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김정은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할 경우 군사 옵션을 택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엘튼 존이 72년 노래한 ‘로켓맨’에는 우주 비행사의 외로움이 독백으로 그려져 있다. 김정은이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돼 ‘로켓맨’으로 전락하는 순간이 점점 더 다가오고 있다.

김영석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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