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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수치스런 연설… ‘로힝야 학살’에 “양쪽 주장 다 들어야”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이 19일 수도 네피도에서 TV 국정 연설을 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 로힝야 사태에 대해 첫 공식 입장을 밝혔다. AP뉴시스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41만여명의 난민을 발생시킨 로힝야족 사태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유엔은 불교 국가 미얀마의 정부군이 무슬림 소수 민족에 대해 ‘인종 청소’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수치는 19일 TV로 생중계된 30여분의 국정연설에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20년 동안 자신을 가둬놓은 군부의 언어를 앵무새처럼 그대로 흉내냈다”고 혹평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도 “거짓과 책임 전가를 혼합한 것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수치는 로힝야족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무슬림들’이라고만 표현했다. 그는 “대부분 무슬림은 미얀마를 떠나지 않았고 폭력사태도 멈췄다”며 “지난 5일 이후에는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충돌이나 소탕작전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다수 무슬림들이 방글라데시로 국경을 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군은 북부 라카인주에서 진행된 군사작전은 반군 소탕이 목적이지 민간인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치도 인종 청소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날 연설에서도 “그런 혐의를 주장하는 측과 부인하는 측이 있다. 그들 모두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조치를 취하기 전에 주장이 확실한 증거에 근거한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비난 여론을 의식해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고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미얀마 정부는 책임을 포기할 의도가 없다”며 “우리는 인권 침해와 불법적인 폭력을 비난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얀마는 국제사회의 정밀조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정부는 특정 집단의 권리가 아니라 이 나라에 모든 사람의 권리를 위해 일한다”고 항변했다. 수치는 국제사회가 요구해온 유엔 미얀마 사실조사단의 입국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은 “수치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참혹한 비극이 벌어질 것”이라며 “지금이 군사공격을 멈출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수치의 연설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가라앉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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