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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카드 꺼냈다 옐로카드… 北 도발 막기엔 역부족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왼쪽)와 류제이 중국대사가 11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손을 들어 찬성 표시를 하고 있다. 결의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신화뉴시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1일(현지시간)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 9일 만이다. 이번 결의에는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로는 처음으로 석유 금수 조치가 포함됐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생명줄’을 완전히 차단하는 대신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수준에 그쳤다. 이번 제재가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이번 결의로 대북 수출이 전면 금지되는 품목은 액화천연가스(LNG)와 콘덴세이트(초경질유)뿐이다. 휘발유와 경유 등 정유제품은 상한선(연간 200만 배럴)을 설정했다. 대북 제재가 논의될 때마다 문제가 됐던 원유 공급은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데 그쳤다. 미국 대(對) 중국·러시아의 대립 구도가 이번에도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제재 때문에 협상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도 거의 없다. 오히려 북한은 제재에 강하게 반발하며 추가 도발을 감행할 공산이 크다. 이미 북한은 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안보리 결의 채택 시 ‘최후 수단’ ‘강력한 행동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때문에 올해 말까지는 도발과 제재가 반복되며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12일 “북한은 석유 의존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며 “이번 제재로 북한 경제가 타격을 입겠지만 그것 때문에 군사적 도발을 자제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행동 패턴으로 봤을 때 제재에 대한 북한 반응은 곧바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달 초 유엔 안보리 결의 2371호가 채택되자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 정각(正角) 발사와 6차 핵실험을 연달아 실시했다. 이번에도 북한은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쌍십절) 등을 계기로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번 결의에 석유 금수 조치가 포함된 것은 일정 부분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이 다시 도발을 감행한다면 석유 공급을 더욱 조일 수 있다는 암묵적 경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의 최대 수출품이었던 석탄은 지난해 3월 결의 2270호에 ‘민생 목적에 한해 수출 가능’ 조항이 처음 포함된 이후 1년여 만에 전면 금수 조치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대북 유류 공급 감축에서 전면 중단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텄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 정도 제재로 북한 정책을 바꾸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의류 수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개 중 절반 이상인 73개가 섬유·봉제 업체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재개는 북핵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고 제재 완화 등의 조치가 이뤄지면서 함께 진행되는 것”이라며 “지금 당장 안보리 결의가 개성공단에 적용될지 여부를 가정해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말했다.

북한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대북 제재 결의를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미국을 위협했다. 북한 제네바대표부 한대성 대사는 “가장 강력한 용어로 단호히, 법적 근거가 없는 안보리 결의를 거부한다”며 “미국은 지금까지 겪었던 어떤 고통보다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성은 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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