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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 사태, 인종청소 교과서적 사례”… 유엔 긴급회의

불교국가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이미 37만명의 무슬림 로힝야족 난민이 목숨을 걸고 방글라데시 국경을 넘어가면서 국제사회에서도 더 이상 악화되는 민족 갈등을 간과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3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소집해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탄압과 피난 사태를 논의키로 결정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로힝야족 난민은 집계하기 힘들 정도로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음식과 물도 없이 피난길에 오른 난민이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11일 로힝야족 탄압과 관련해 “미얀마 정부가 인권조사관의 접근을 거부해 현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인종청소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침묵하던 미국 백악관마저 11일 “미국은 계속되는 버마(미얀마) 위기를 깊이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도에 망명 중인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주 달라이 라마도 로힝야족 박해에 대해 “부처는 불쌍한 이슬람 신자들을 도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격앙되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로힝야족 학살을 ‘가짜 뉴스’라고 일축하며 여전히 “테러범(로힝야족 반군을 지칭)과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잇따른 로힝야족 거주지 방화를 둘러싸고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 무장세력을 방화의 배후로 지목한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얀마 정부가 선전에도 활용했던 이 사진은 현장 취재에 동행했던 일부 외신 기자에 의해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기자에게 방화범을 제보한 미얀마 승려가 방화 현장을 포착한 사진이라며 공개한 사진 속 등장인물들은 실제로는 이슬람교도처럼 꾸민 힌두교도로 확인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불교도와 이슬람교도 갈등의 중간지대에 있던 힌두교도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방화사건 조작에 휘말린 것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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