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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빠진 ‘對北 제재안’… 원유수출 현수준 동결

북한의 6차 핵실험 성공을 자축하는 군·민 경축대회가 각 시·군에서 열렸다고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구체적인 장소와 날짜는 확인되지 않았다. 노동신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표결을 하루 앞두고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제재 내용에 사실상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미국이 제시한 대북 제재 결의 초안에서 크게 후퇴한 수준에서 타결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제재안은 11일 오후(한국시간 12일 오전 7시)에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과 교도통신은 10일 “안보리 결의안 수정안은 원유 수출에 대해 과거 12개월의 수출량을 초과해선 안 된다고 명기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당초 초안에서 ‘전면 중단’을 요구했지만 중·러가 난색을 표했고, 절충안으로 공급량을 제한하는 방안을 놓고 3국이 협상을 벌였다. 북한의 원유 수입량은 기관마다 집계가 다르지만 연간 400만 배럴로 알려져 앞으로 이 정도 수준에서 수출량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원유와 별도로 정제유 공급은 연간 200만 배럴로 제한했다. 이는 현재 북한에 공급되는 정제유 대비 55% 감축 효과가 예상된다. 원유와 정제유를 합하면 북한의 유류 수입은 연간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도 초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초안은 북한 노동자들의 고용을 전면 금지토록 했으나 수정안은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할 경우 안보리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다. 그나마 올해 12월 15일까지 근로계약 서류를 제시하면 유엔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유엔은 북한 해외 노동자 규모를 6만∼10만명으로 보고 있다. 북한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돈은 2015년 기준으로 연간 12억∼23억 달러(약 1조3600억∼2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유엔은 추정했다.

북한의 섬유 제품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은 초안에 담긴 내용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섬유는 북한의 주력 수출 상품 중 하나다. 근래 들어 북한의 값싼 노동력 때문에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북한 의류 공장에 하청을 맡기고 있다.

북한은 노동자 송출의 일부 제한과 섬유 제품 수출 금지로 연간 10억 달러(약 1조1320억원)의 외화 수입이 차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재 명단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름은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이 제재 대상에 오르면 해외 자산이 동결되고 여행이 금지된다. 로이터는 “초안에서는 김 위원장과 그의 여동생 김여정 등 총 5명이 제재 명단에 포함됐지만 최종안에는 1명으로 줄었다”고 지적했다. 고려항공의 해외자산 동결도 하지 않기로 했다.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도 완화시켰다. 초안은 유엔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북한 선박에 대해 공해상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검색할 수 있도록 했으나 수정안은 선박 등록국가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는 선박 등록국가의 동의가 없으면 강제 검색하지 못하도록 해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

수정안이 예정대로 11일 안보리를 통과하면 미국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북한 도발을 제재하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지만 제재 내용이 크게 후퇴해 그 실효성에서는 의문을 낳을 전망이다. 사실 미국이 제시한 초안은 처음부터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충분히 예상될 만큼 강도 높은 제재안을 담고 있었다. 그래서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수정될 것을 염두에 둔 협상용 초안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 수정안은 예상보다는 내용면에서 훨씬 더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원유 공급을 일정량 감축하는 내용으로 절충안을 마련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있었지만 결국 수정안은 공급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는 선에 그치면서 북한 경제에 별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권지혜 기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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