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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 공정위원장 ‘훈수’ 도 넘었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에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와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비교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안 대표는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가 기업과 기업가를 머슴으로 보는 오만함과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삼류가 일류를 깔본 셈”이라고 말했다. 이재웅 창업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오만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벤처 1세대인 두 사람이 김 위원장을 공격한 계기는 지난 5일 있었던 국민일보의 김 위원장 인터뷰였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잡스는 미래를 봤고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잡스를 미워했지만 존경했다”면서 “네이버 정도의 기업이 됐으면 미래를 보는 비전이 필요하다. 이 전 의장은 잡스처럼 우리 사회에 그런 걸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총수 없는 준대기업 지정을 요청하기 위해 공정위를 찾은 이 전 의장을 정부세종청사에서 만났었다.

이 전 의장에 대한 ‘공과(功過) 논란’이 커지자 이재웅 창업자와 김 위원장 모두 몸을 낮췄다. 이재웅 창업자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만하다’는 표현은 부적절했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 역시 같은 날 경제민주화 관련 단체와의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면서 “오늘은 안 대표가 매서운 질책을 했는데 겸허히 수용하고 공직자로서 더욱 자중하겠다”고 말했다.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네이버와 이 전 의장이 우리 사회에서 비판할 수 없는 성역(聖域)이 되어 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는 라인 등 해외 사업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국내에서 소상공인 영역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문제가 되고 있다. 네이버는 2014년 시장지배적 지위를 악용해 쇼핑·부동산 검색 시장에서 ‘갑(甲)의 횡포’를 부린 혐의로 조사받았다. 네이버는 1000억원 공익기금 출연 등 자진시정 방안을 통해 제재를 면했다.

재계에서는 이 전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서 실체가 드러난 이 전 의장의 개인회사 ‘지음’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산 600억원대의 이 회사 대표는 이 전 의장 동생이 맡고 있다”면서 “유한회사 형태를 띠고 해외에 자회사를 둔 지음의 지분 관계에 대해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전 의장이 총수 지정 민원 대신 워런 버핏처럼 정부에 ‘세금을 더 내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면 어땠을까란 상상을 해본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심희정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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