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폐허 남기고 ‘어마’ 북상… 바닷가 해일 경고

허리케인 ‘어마’가 강타한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10일(현지시간) 야자수와 성조기가 강풍에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당초 최고 등급인 5등급이던 어마는 2등급으로 기세가 약화됐지만 폭우와 강풍 등을 동반하면서 플로리다 전역에 엄청난 물적 피해를 남겼다. AP뉴시스


초강력 허리케인이 몰아치는 상황에서도 엄마는 위대했다.

허리케인 어마가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10일 새벽 3시23분(현지시간) 마이애미에 사는 한 임신부는 911 응급전화로 진통이 시작된 것 같다고 알렸다. 하지만 강풍과 폭우로 구조대원의 출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2시간 뒤 이 여성은 다시 911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출산이 시작됐다는 내용이었다. 다급해진 마이애미 소방구조대는 인근 잭슨 메모리얼 병원 의사를 수소문해 원격으로 출산을 지원키로 했다. 여성은 의사 지시에 따라 무사히 분만을 하고 탯줄도 스스로 잘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날이 밝자마자 구조대원들은 마이애미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리틀 하이티에 있는 산모의 집으로 달려가 산모와 아이를 병원으로 옮겼다. 마이애미시 당국은 트위터에 “딸이다!”라는 게시물을 올려 허리케인 어마를 뚫고 무사히 태어난 새 생명을 축하했다.

어마가 플로리다주에 상륙하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어마가 몰고 온 폭풍우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3명 발생했다. 어마로 인한 희생자는 앞서 카리브해에서 숨진 37명을 포함해 최소 40명으로 늘었다. 마이애미 등 도시들이 물에 잠겼고 플로리다 남동부를 중심으로 570만여 가구 및 사업체의 전력도 끊겼다. 전력 공급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수주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어마의 여파로 현대·기아차 미국 현지 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차 조지아 공장은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각각 48, 24시간 동안 조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4등급 허리케인으로 플로리다에 상륙한 어마는 11일 오전 열대성 폭풍으로 약화됐다. 하지만 폭풍해일(폭풍이 지나간 뒤 기압차로 생기는 해수면 상승 현상) 경보가 발효 중이어서 여전히 안심할 수 없다.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허리케인의 눈이 플로리다 서부 해안을 따라 지나간 후에 폭풍해일이 즉각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연방정부는 이에 따라 허리케인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비상 원조를 할 수 있게 됐다.

ABC뉴스는 어마가 인구 밀집지역을 통과하면서 2000억 달러(약 226조원)가 넘는 사상 최대의 재산피해가 났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텍사스 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의 재산피해액 810억∼1800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이고 지금까지 미국에서 가장 큰 재난을 몰고 왔던 카트리나의 재산 피해액 1600억 달러보다 많다.

맹경환 강창욱 기자 khmaeng@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