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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열린 국회… ‘김이수 부결’ 폭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11일 열린 정기국회 5차 본회의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옆자리의 이종걸 박병석 의원(왼쪽부터)도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오른쪽 사진은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정우택 원내대표(오른쪽 두 번째), 이현재 의원(왼쪽 두 번째) 등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만족한 표정으로 악수하는 모습. 김지훈 기자, 뉴시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1일 국회에서 부결됐다.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표결에 부쳐진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도 김 후보자가 첫 사례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투표를 실시했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299명)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중 과반이 찬성해야 했다. 그러나 출석 의원 293명 가운데 찬성 145표, 반대 145표로 동수가 나오면서 부결됐다. 가결 정족수보다 찬성표가 2표 부족했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본회의 상정까지 갖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6월 8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종료됐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은 김 후보자 임명에 반대해 인준 표결이 장기 표류했다. 여야는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인준 표결을 처리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지만 이날 오전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정세균 국회의장이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무위원을 맡고 있는 의원 5명을 포함해 소속 의원 120명이 전원 본회의에 참석해 임명동의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임명동의안 통과에 실패하면서 원내지도부는 지도력에 상처를 입게 됐다. 가까스로 정상화된 정기국회 정국은 여야 간 네 탓 공방으로 다시 경색될 전망이다. 국민의당은 다수의 반대표를 던져 캐스팅보터 지위를 과시했지만 정략적인 결정이라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존재감을 보여주려던 건 아니다”면서도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31일 박한철 전 소장 퇴임 이후부터 계속된 역대 최장 헌재소장 공백 사태는 당분간 지속되게 됐다. 본회의에서 부결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에 따라 이번 국회 회기인 12월 9일까지 재상정할 수 없다. 헌재소장 장기 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청와대가 김 후보자 외에 다른 인물을 물색해 다시 임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야당이 (임명동의안을) 부결까지 시킬 것은 상상도 못했다”며 “무책임의 극치, 반대를 위한 반대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실력이나 인품, 자격 모두 흠잡을 데 없는 분인데 국회가 당리당략적인 결정을 했다”고 거들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이번 부결은) 민주주의와 상식이 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노용택 문동성 기자 nyt@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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