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계속돼야… 떠나는 김동호·강수연의 절박함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한 달 앞둔 1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동호 이사장(오른쪽)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영화제 개최 관련 이모저모를 설명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올해 22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다음 달 12∼21일 열흘간 개최된다. 전 세계 75개국 298편의 작품이 해운대 영화의전당 등 부산 지역 5개 극장 32개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난다. 초청작 규모는 지난해(69개국 299편)와 비슷한 수준. 내홍을 봉합하지 못한 채 영화제를 치러내야 하는 조직위원회의 어깨가 무겁다.

부산영화제 조직위원회는 11일 부산과 서울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개·폐막작 및 상영작, 초청 게스트, 주요 프로그램 등을 공개했다. 전 세계 최초로 개봉되는 월드 프리미어에는 100편(장편 76편·단편 24편), 제작 국가를 제외하고 첫 선을 보이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에는 29편(장편 24편·단편 5편)이 출품됐다.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신작 ‘유리정원’이 선정됐다. 숲속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문근영)와 그를 훔쳐보며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김태훈)의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물. 한국영화가 개막작에 선정된 건 ‘오직 그대만’(2011) ‘춘몽’(2016) 이후 세 번째다. 폐막작으로는 대만 감독 겸 배우 실비아 창이 연출과 주연을 맡은 ‘상애상친(Love Education)’이 낙점됐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세 여성의 삶을 통해 중국 근현대사를 은유적으로 그려낸 작품. 부산영화제 역사상 처음 개·폐막작이 모두 여성 감독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경쟁부문인 ‘뉴 커런츠’에는 한국 3편, 중국·인도 각 2편, 대만·홍콩·이란 각 1편 등 본선 진출작 6개국 10편이 포함됐다. 미국의 올리버 스톤 등 다섯 명의 감독이 이 부문 심사를 맡는다. 이외에도 거장들의 화제작 4편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도전적인 아시아 젊은 감독의 작품 55편을 선보이는 ‘아시아 영화의 창’ 등이 마련됐다.

올해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은 폐암 투병 중인 배우 신성일이다. ‘맨발의 청춘’(1964) ‘초우’(1966) ‘안개’(1967) ‘길소뜸’(1985) 등 신성일의 대표작 8편이 상영된다. 지난 5월 프랑스 칸영화제 출장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고(故)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기리는 각종 추모행사도 진행된다.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사퇴한다. 2014년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 이후 계속된 파행을 수습하기 위해 힘을 모았던 두 사람은 최근 내부 갈등에 부딪혀 결국 영화제를 떠나게 됐다.

강 위원장은 “2015년 집행위원장 직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은 숙제를 안고 있다. 내년에 더 알찬 영화제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모든 책임을 안고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도 “지난해 정관개정을 하고 영화제를 치렀으니 저의 1차적인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후임자는 이사회에서 현명하게 선임하시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불안요소는 또 있다.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3개 단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이콧을 이어간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 및 적절한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들 단체의 입장이다. 강 위원장은 “시기적으로 촉박하고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영화제 개최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영화제는 개최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올해 영화제를 무사히 치러내야 향후에도 부산영화제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사진=서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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