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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인의를 찾아서-교통재활병원 방광 클리닉·性 재활 클리닉] 배뇨·性 기능 장애 치료 명성

국립교통재활병원 비뇨기과 김재식 교수가 뜻밖의 교통사고로 척수가 손상되고, 성기능장애까지 겹쳐 고민하는 남성 환자와 성 재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통재활병원 제공


국립교통재활병원 비뇨기과 방광 및 성 재활 클리닉은 교통사고로 척수손상을 입은 환자들의 말 못할 고민거리, 배뇨기능장애와 성기능장애를 해결해주는 곳이다.

일반인과 여성 요실금 및 성기능장애 환자들도 이용이 가능하지만 교통사고로 인한 척수손상 환자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담당 의사는 비뇨기과 김재식(49) 교수다. 김 교수는 1996년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부산대병원서 인턴 및 비뇨기과 전공의 과정을 수련했으며 2005년 비뇨기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가톨릭의대 인천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로 근무하다 2014년부터 국립교통재활병원 비뇨기과 방광 및 성 재활 클리닉을 이끌고 있다. 교통사고로 척수가 손상돼 비뇨생식기 계통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의 시원스러운 배뇨와 만족스러운 성생활 돕기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고 한다.

김 교수는 2015년 대한척수손상학회 제12차 정기학술대회에서 ‘척수손상 환자에게서 외성기 감각의 정도와 성 만족도의 연관성’을 검증한 연구논문을 발표해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척수손상 환자의 성기능은 대부분 저하돼 있으며 성기능이 일부 보존돼 있더라도 성 만족도가 떨어지므로 치료 시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지적한 논문이다.

척수손상 환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성기능 장애는 발기부전이다. 특히 천추(꼬리뼈)상부 쪽 척수손상 환자의 경우 십중팔구 발기 시점은 물론 유지 시간조차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성 재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교통재활병원은 국토교통부가 설립하고 가톨릭중앙의료원(CMC)이 운영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활치료 전문병원이다. 재활로봇과 수(水)치료 풀장 등 최첨단 재활치료 시설을 갖추고 하루 8시간씩 집중적으로 재활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를 지원하고 있다.

김 교수가 지휘하고 있는 비뇨기과 방광 클리닉과 성 재활 클리닉은 삼킴 장애 클리닉, 경직 클리닉, 통증클리닉 등과 함께 이 병원의 대표적인 재활기구로 꼽힌다.

척수손상 따른 비뇨기 이상 환자 적잖아

먼저 방광클리닉은 배뇨곤란, 배뇨장애로 인한 신(콩팥)기능 저하, 요로결석, 요로감염, 요실금 등의 문제를 가진 환자들이 주요 진료 대상이다.

김 교수는 특히 신경인성 방광 치료에 신경을 많이 쓴다. 신경인성 방광이란 말 그대로 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방광 기능에 문제가 생긴 상태다. 신경기능의 이상은 대개 뇌졸중 파킨슨병 치매 척수손상 수술후유증 등에 의해 유발된다.

신경인성 방광 환자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소변 줄과 소변 주머니를 상시 착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변 주머니를 오래 사용하면 지린내가 나고 오줌이 새는 등 불편함이 뒤따른다.

김 교수는 11일 “신경학적인 원인으로 배뇨기능에 이상이 온 비뇨기 재활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2차적으로 콩팥 기능이 떨어지지 않게 막고 소변 줄을 착용하지 않고도 혼자서 소변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간헐적 자가 도뇨’를 척수손상 신경인성 방광 환자들에게 권한다. 간헐적 도뇨는 요도를 통해 방광 속에 가는 카테터(도뇨관)를 삽입해 인위적으로 소변을 배출시키는 치료법이다.

김 교수는 “하루에 4∼6시간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방광을 비우면 소변을 제때 배출하지 못해 생기는 신기능 저하 등 여러 합병증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헐적 자가 도뇨에 사용되는 도뇨관은 올해부터 환자들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척수손상 환자라면 산재와 자동차 보험 적용 대상자를 제외하곤 누구든 건강보험 급여혜택을 받을 수 있다. 휴대가 간편한 1회용 도뇨관도 선보여 한결 편리해졌다.

보톡스 주사 등 비수술 보존 치료도

김 교수팀은 다양한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및 식이습관 개선, 시간제 배뇨, 방광훈련, 골반저운동, 바이오피드백, 전기자극 치료, 신경차단술, 자기장 자극술 등 각종 비(非)수술 보존요법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소변을 수시로 찔끔찔끔 지리는 절박성 요실금 증상이 심한 환자의 경우 속칭 보톡스(보툴리눔 톡신) 주사로 해결해준다. 먹는 약물 치료의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서다. 보툴리눔 톡신은 방광 근육의 수축을 막아 요실금 증상을 개선시키는 작용을 한다.

시술은 방광내시경을 이용, 방광 내 근육 30군데에 보톡스 주사를 소량씩 놔주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한 번 시술로 최대 42주간 효과가 지속되고, 주사 당일 퇴원도 가능하다.

치료 전 검사 역시 외래 단위에서 검사 당일 원스톱 서비스로 가능하다.

성생활과 임신, 출산 상담까지도

성재활클리닉은 척수손상으로 인한 남성 발기부전 환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발기부전 증상은 척수손상 교통사고 남성 환자 10명 중 7∼8명이 호소한다.

발기력은 손상의 정도와 위치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은 관계 시 원하는 시간만큼 발기 상태와 강직도를 유지하지 못해 고민한다.

척수손상 환자들의 발기부전 치료도 일반인 남성 발기부전 환자와 큰 차이가 없다. 경구용으로 시작해 주사요법과 수술요법 순서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증상이 경미할 때는 경구용 발기 유발제를 쓴다. 그래도 효과가 미미하거나 없으면 진공 발기 기구나 발기 유발 주사요법이 필요하다. 이 방법마저 효과가 없을 때는 최후의 수단을 써야 한다. 음경 해면체 속에 임의로 팽창과 이완이 가능한 특수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김 교수팀은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척수손상과 함께 발기부전이 온 환자가 임신을 원할 때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척수손상 후에도 사정이 가능한 환자는 약 20%다. 김 교수팀은 이 경우 전기자극술로 사정을 유도해 임신성공률을 높여주고 있다. 여성 척수손상 환자의 임신과 출산 문제는 산부인과 의사와의 협진을 통해 해결해준다.

김 교수는 “척수손상 환자들의 성생활 불만은 부부간의 갈등뿐 아니라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는 요인이 된다”면서 “적극적인 성 재활 치료가 부부갈등을 해소하고 자신감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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