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모규엽] 시리아



시리아는 현재 내전을 겪고 있는 나라다. 2011년 3월 튀니지와 이집트의 ‘재스민 혁명’에 감명을 받은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평화시위를 벌였지만 정부군의 무차별적인 발포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며 내전이 촉발됐다. 지금도 정부군과 반군, 이슬람 극단주의자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 이라크, 요르단, 터키 등 수많은 국가들이 개입하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때문에 시리아는 국가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됐고 삶의 터전을 잃은 국민들은 유랑생활을 하고 있다. 7년간 이어지고 있는 내전으로 약 45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전체 국민 2250만명 중 절반 이상인 1200만명이 난민이 됐다. 2015년 9월 터키 남서부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살배기 시리아 어린이 에이란 쿠르디의 사진은 전 세계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시리아가 최근 축구에서 화제다. 시리아는 내전으로 선수들이 함께 모여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홈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6일에도 시리아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한국과의 홈경기를 제3국인 말레이시아에서 가졌다.

하지만 시리아 대표팀은 투혼으로 전 세계를 감동시키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0위에 불과한 시리아가 지난 5일(현지시간)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인 이란전에서 예상을 깨고 2대 2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내용도 극적이었다. 1대 2로 밀렸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결국 A조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아이만 하킴 감독은 “우리는 최악의 환경에 놓여 있다. 홈경기도 할 수 없지만 우리가 얻은 성과는 선수들의 대단한 정신력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 기간 내전으로 신음 중인 시리아 국민들에게 축구는 단 하나의 기쁨이라고 한다. 축구 경기를 하는 날엔 총소리도 멈춘다고 한다. 고난과 역경에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스포츠는 힘을 준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일제의 압제에 시달리던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손기정옹은 민족에게 자긍심을 일깨워줬다. 메이저리그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약하던 박찬호와 박세리는 외환위기로 신음하던 1990년대 후반 국민들에게 큰 위안을 줬다. 시리아는 다음달 호주와 플레이오프를 갖는다. 부디 잘 싸워서 내전으로 신음 중인 시리아 국민에게 힘을 주고, 한국과 함께 아시아 대표로서 러시아로 갔으면 한다.

모규엽 차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