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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적폐청산 수사 번번이 발목”… 법원 작심 비판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이명박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사이버외곽팀 책임자였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재판부를 겨냥한 작심 비판은 이날 새벽 기각된 영장 3건이 직접적 발단이 됐다. 국가정보원 댓글 활동 수사의 첫 단추였던 양지회 노모 전 기획실장과 박모 현 사무총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비슷한 시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채용비리 의혹 관련 이모 경영지원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 역시 기각됐다.

두 사건은 현 정부의 지난 정권 적폐청산 기조에 맞춰 검찰이 주력하고 있는 사건이었다. 노씨와 박씨의 경우 국정원의 수사의뢰로 진행 중인 사이버외곽팀 수사의 첫 구속영장 청구였다. 검찰은 이들을 구속한 뒤 양지회 측의 조직적 개입 여부, 국정원 심리전단 지휘라인의 연결성 등을 파헤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책임까지 묻겠다는 전략이었지만 첫 단추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지난 7월 시작된 KAI 경영비리 수사의 경우 검찰이 이 본부장을 포함해 전·현직 KAI 임원 2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본부장은 하성용 전 사장의 핵심 측근으로 하 전 사장까지 연결되는 범행 구조의 길목에 서 있는 인물이다. 검찰 한 간부는 “노골적 취업 비리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기각했다. 공범 수사를 진행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이 이날 새벽 영장 기각 직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지 7시간 만에 재차 ‘서울중앙지검’ 명의의 자료를 내놓은 데는 검찰의 이러한 분노가 반영이 됐다. 수사 일선을 총괄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이 입장자료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 소속 법관 3명에 대한 불신감이 여과 없이 드러나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영장 판사들이 교체된 뒤 주요 사건 피의자 중 영장이 발부된 사례가 있는지 보시라”며 “마땅히 발부돼야 할 영장이 기각되는 일이 되풀이 되면 영장 판사들의 경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단편적인 영장 발부 여부만이 아니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구심을 직설적으로 드러냈다.

여당도 검찰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줬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의 영장 기각에 대해 “적폐 청산을 원하는 국민요구에 안 맞는다”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리그”라며 사법부를 공격했다.

상황은 검·법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서울중앙지법은 “구속 사유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수사의 필요성만 앞세워 영장이 발부돼야 한다는 논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에 어긋난다”며 “영장전담 법관이 바뀌어서 구속영장 발부 여부나 결과가 달라졌다는 등의 검찰 발언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공식 반발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영장 기각이 실망스럽다고 해서 ‘법과 원칙 외의 요소’를 운운하는 건 법관에 대한 인신공격을 검찰이 부추기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KAI 구매본부장의 구속영장은 “범행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발부했다.

황인호 양민철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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