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제2사옥(HQ2) 유치를 놓고 북미 주요 도시들의 쟁탈전이 시작됐다. 막대한 경제·사회적 파급효과를 기대한 도시들은 아마존을 ‘모셔가기’ 위해 이미 치열한 물밑 경합을 벌이고 있다. 아마존은 북미 제2사옥 건설 계획을 추진하면서 유치 희망 도시들에 제안서 제출을 요청해둔 상태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아마존은 제2사옥 입주 도시로 북미 지역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 중 국제공항 접근성과 편리한 대중교통, 고학력 인력풀을 제공하는 대학교, 탄탄한 기업 환경을 갖춘 곳을 물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FT는 이런 기본적인 인프라 위에 다양한 세제·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도시가 제2사옥의 최적 부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마존 역시 입찰 요청서에서 “초기 자본 지출 및 운영비용을 상쇄할 만한 혜택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친기업적인 도시를 고르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기업들의 ‘도시 쇼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마존 제2사옥은 한꺼번에 무려 5만명의 직원을 수용할 것으로 보이며, 부지 매입비용으로 최소 50억 달러(약 5조6275억원)가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사옥 규모는 약 75만㎡로 아마존은 유치 도시 기업과 공동투자 형식으로 향후 10∼15년 안에 완공할 예정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제2사옥은 시애틀 본사와 완전하게 동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새 사옥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고임금 일자리 수만개를 창출할 것이다. 우리는 두 번째 집을 찾는 일에 들떠 있다”고 밝혔다.

제2사옥 유치전에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선 로스앤젤레스는 2028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이어 정보통신(IT) 공룡기업의 새 보금자리를 끌어들여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휴스턴과 오스틴, 댈러스 등 텍사스주 도시들은 베조스 멘토인 외할아버지 프레스톤 기스의 연고지라는 인연을 내세워 넓은 입지와 미 남부의 거점이라는 장점 등을 내걸고 구애에 나섰다.

동부 보스턴은 제2사옥 유치가 유서 깊은 대학 도시에서 하이테크 도시로 변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뉴욕도 산하 경제개발공사를 통해 뉴욕시의 기술산업 인프라가 지닌 다양함과 혁신성을 아마존에 적극 홍보 중이다.

세계 최대 항공기업 보잉의 본사가 위치한 시카고는 하이테크 기업을 적극 끌어들이겠다는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고, 조지아공대가 있는 남동부 애틀랜타와 피츠버그, 세인트루이스, 켄터키 등 도시들도 유치전에 뛰어들 태세다. 캐나다에서는 토론토가 최대 IT 인력을 보유했다는 장점을 내세워 아마존에 접근 중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