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중국의 치졸한 사드 보복으로 인해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베이징자동차가 현대차와의 합자회사 베이징현대의 납품업체를 한국 기업에서 중국 기업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한 데 이어 합자 관계를 끝내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베이징자동차는 현대차의 탐욕과 오만에 지쳤다”며 “합자 관계가 끊기는 위험이 있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심”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베이징자동차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베이징현대의 납품사를 중국 현지 기업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지만 현대차가 거부해 갈등이 불거졌다고 전했다. 갈등은 합자회사를 세운 2002년부터 계속돼 오다 최근 베이징현대 판매 급감과 함께 수면으로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매출 감소로 베이징자동차는 타격을 받았지만 현대차는 한국 부품업체 덕에 계속 이익을 냈다”고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베이징자동차는 현대차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를 비롯한 한국 기업에 비싼 가격으로 부품 공급을 몰아주는 식으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현대에 대한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지분율은 50대 50이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주도권을 행사해 부사장 10명 중 8∼9명을 한국인으로 채우고, 한국인 임원의 자녀들이 회사에 근무하며 부적절한 행동을 해 악명이 높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베이징자동차의 공식 입장이 아니고 현대차가 이익을 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며 “사드 보복 이후 협력업체들이 큰 손실을 봤고 현대차 계열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올 1∼7월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보다 34.3% 감소했다. 현대모비스 중국법인은 올 2분기 적자를, 현대위아 중국법인은 상반기 적자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관영매체를 이용해 현대차를 흔들면서 사드 보복 문제를 희석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