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美언론 “한반도 전쟁나면 세계 전자시장 ‘올스톱’ 가능성”

대량살상 우려와 함께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안 되는 또 다른 이유로 한국이 세계 기술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거론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글로벌 반도체 대란이 불가피하고 세계 정보기술(IT) 산업계에도 일대 혼란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경제전문 채널 CNBC는 6일(현지시간) ‘왜 한국이 글로벌 기술 산업의 핵심축(linchpin)인가’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반도 위기의 파급효과를 분석했다. 방송은 특히 “각국 애널리스트들이 세계 기술 산업에서 한국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공격을 받으면 세계에서 전자제품 생산이 모두 멈춰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집계에 따르면 한국은 공급량 기준으로 국제 반도체 시장의 17%를 점유하고 있다. 또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세계 시장의 64%를 차지한다. 한국은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도 세계 수요의 40%를 공급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핵·미사일 공격을 받을 경우 한국산 반도체와 각종 전자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세계 시장에선 심각한 핵심부품 품귀 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계 기술 산업에서 차지하는 한국의 독보적인 ‘IT 공급 체인’ 지위를 고려할 때 한반도 전쟁은 유기적으로 연계된 관련 산업 분야에 국제적으로 일대 혼돈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영국의 경제연구 컨설팅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분석가 가레스 레더와 크리스털 탄은 CNBC에 “만약 전쟁으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세계적인 부족 현상이 발생한다”면서 “반도체 공장을 아예 새로 만드는 데 최소 2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 차질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이어 “특히 전자산업 분야에서 중간재 생산국인 한국의 역할을 감안할 때 세계 어느 나라도 (한반도 전쟁으로) 상실된 생산능력을 충분히 메워낼 여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있지 않은 외국의 다수 기업들도 (부품 부족으로)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의 많은 수출 품목이 글로벌 공급 체인의 시작 단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일부 경제학자들은 세계 교역 전망을 위한 지표로 한국의 무역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을 정도다.

CNBC는 북한과의 잠재적 충돌 가능성이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분쟁은 상대적으로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티그룹 분석가들은 “한·미 FTA가 폐기돼도 한국의 대미 수출 등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한국산 공산품에 붙어온 실효 관세가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을 훼손하거나 미국의 동아시아 영향력 축소 등 정치적 타격은 있어도 경제적 타격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