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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탄자니아 사람들 “일용할 돈벌이면 충분해”



아프리카 동부에 위치한 탄자니아는 못사는 나라다. 1인당 GDP가 겨우 1000달러 수준밖에 안 된다. 그런데 이런 나라에서 새로운 자본주의의 모습을 발견했노라 말하는 선진국의 학자가 있다. 문화인류학자인 오가와 사야카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다.

그는 2001년 탄자니아 북서부에 있는 므완자에 둥지를 틀었다. 이듬해부터 이곳에서 헌옷 장사를 시작해 2004년까지 행상을 하면서 현지 사람들의 삶을 체감했다. 영세 상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물건을 사고파는지, 이 나라 경제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조사했다.

2006년 탄자니아 정부 발표에 따르면 현지 도시민 3명 중 2명은 영세 자영업자이거나 날품팔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삶이 불안할 것이라고 예단해선 안 된다. 므완자 주민들은 능동적으로 직업을 바꿔가며 다양한 일에 끝없이 도전하기를 반복한다.

가령 저자가 알고 지낸 ‘부크와’라는 이름의 남성은 직업이 계속 바뀌었다. 건축업 서비스업 제조업 상업…. 그야말로 “그때그때의 상황에 곧바로 응하는 형태”였다. 그의 아내 역시 마찬가지다. 열심히 일하지도, 미래를 대비하지도 않지만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게 부크와 부부를 비롯한 탄자니아 사람들의 인생철학이자 경제관념이었다.

저자는 동아프리카의 교역 형태도 살핀다. 2010년부터 현지 상인들과 동행해 국경을 넘나들며 어떤 방식의 교역이 이뤄지는지 알아본 것이다. 상인들은 한 점포에서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지 않았다. 여러 점포에서 다양한 물건을 조금씩 샀다. 대량 구매를 할 때보다 비싼 값에 물건을 사게 되는 단점은 있지만 실패의 위험을 줄이는 강점도 있었다. 탄자니아 사람들의 방식은 세간에 알려진 자본주의의 성공 공식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저자는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새삼 깨달았다.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게으름쟁이에게 분노를 느끼면서도 그들을 동경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이 동경의 근본에는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사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이 현재의 인간관과 사회관을 뒤흔들어 새로운 인간관과 사회의 가능성을 개척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를 바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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