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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80만 청년의 아메리칸 드림 짓밟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카(DACA) 프로그램 폐지에 항의하는 불법체류자 에블린 에르난데즈가 5일(현지시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내 꿈이 중요하다. 이 꿈을 깨지 말라’고 쓴 팻말을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체류 청년의 추방을 유예한 다카(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프로그램을 5일(현지시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 기간 동안 의회가 다카 수혜자들을 구제할 법안을 마련하라고 요청했다.

드리머(Dreamer)로 불리는 다카 수혜자는 한인 청년 7000여명을 포함해 80만명에 육박한다. 이들이 당장 추방될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지만 미 의회에서 적절한 구제책이 나올 때까지 불안과 공포에 떨 수밖에 없다.

다카는 2012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불법체류 중인 청년(31세 이하)들이 학교나 직장을 계속 다닐 수 있도록 추방을 유예한 행정명령이다.

미 이민국(USCIS)은 올해 2분기 기준 드리머 규모가 78만7580명이라고 밝혔다. 출신국은 멕시코가 61만8342명으로 압도적인 1위이며, 한국도 7250명으로 상위권에 속한다. 기존 드리머는 내년 3월 유예기간 만료 전까지 자격을 갱신할 수 있지만, 다카에 대한 신규 신청은 5일부터 중단됐다.

트럼프 정부는 전임 정권이 의회 권한을 침해하면서 시행한 조치라는 이유를 들어 다카를 폐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직업 없이 고통 받고 소외당하는 미국인들을 연민해야 한다”면서 다카 폐지의 명분 중 하나가 ‘자국민 일자리 지키기’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드리머를 사랑하고 이제 의회가 그들을 적절하게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아무 잘못 없는 드리머들이 이 위대한 나라의 소중한 일원으로 계속 공헌할 수 있도록 상·하원이 영구적이고 합법적인 해결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라이언 의장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을 비롯한 상당수 공화당 의원도 다카 폐지를 원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 의회가 내년 3월까지 손놓고 있을 가능성은 적다.

후임 정권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오던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장문의 비판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는 “오늘 취해진 조치는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드리머를 추방한다고 실업률이 떨어지거나 누군가의 세금이 줄어들지도, 누군가의 임금이 오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다카)은 궁극적으로 (나라의) 기본적인 품위에 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아메리칸 드림을 짓밟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드리머를 많이 고용하고 있는 애플,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반발했다.

미 전역에선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와 반대 시위를 벌였다. 5세 때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현재 존스홉킨스대 연구조교로 있는 제수스 페레즈(25)는 “우리 부모들은 아무 문제없다고 얘기해 왔다”며 “분연히 일어나 싸우겠다”고 외쳤다.

글=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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