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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베스트셀러] 주웨이홍 ‘여성 왕국’





히말라야 동쪽 산기슭의 윈난성 루구 호수 근처 울창한 계곡에는 모수오족이 지구상에서 거의 마지막 모계사회를 이어가고 있다. 여성들이 재산을 소유하고 상속하며 집안에서 모든 결정권을 갖는다. 여성들은 요리 청소 육아를 하고 남성들은 주로 집을 짓거나 사냥 등 힘쓰는 분야를 맡는다. 집안일의 최종 결정권은 할머니에게 있다.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 이름을 따른다.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를 낳는 게 더 축하받는다. 모수오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어머니에게만 속한다.

결혼이나 이혼, 핵가족이란 개념도 없다. 남자는 여성이 아이를 낳는데 일조하지만 양육에는 거의 관여하지 않아 아버지란 존재도 없다. 남자나 여자 모두 자유롭고 원하는 만큼의 성 파트너를 갖지만 부부처럼 함께 살지는 않는다. 모수오족은 현재 4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들의 조상은 한나라(기원전 206∼기원후 220)때부터 루구 호수 근처에서 살기 시작했다.

주웨이홍은 최근 6년간 매년 6개월씩 모수오 사람들과 지낸 경험을 책에 담았다. 중국계 싱가포르인인 작가는 기업 변호사로 일하다 우연히 모수오족 기사를 보고 흥미를 느꼈다. 첫 여행 후 다시 모수오족을 찾았을 때 ‘라주’라는 소녀가 모수오 말을 가르쳐주겠다는 제안에 그들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녀는 “모수오 여성은 매우 당당하고 확신에 찬 모습으로 걷고 말한다”며 “모수오의 모계 생활은 하나의 특권”이라고 했다.

그러나 1990년대 관광객이 오고, 도로와 공항이 건설되면서 모수오족이 흔들리고 있다. 젊은이들은 모계사회를 시대에 뒤떨어진 전통으로 보고 결혼을 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원주민들은 앞으로 30년 후에는 모수오족 모계사회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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