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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마광수 前 연세대 교수 자택서 숨진 채 발견

1990년대 한국 사회에 ‘예술과 외설’ 논쟁을 일으켰던 소설가이자 시인, 비평가였던 마광수 전 연세대 교수가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국민일보DB




소설 '즐거운 사라'를 출판해 구속된 뒤 교단을 떠났던 마 전 교수가 5년6개월 만에 복직해 연세대 인문관 2층 강의실에서 첫 강의를 하는 모습. 국민일보DB


소설 ‘즐거운 사라’로 문단에서 ‘예술이냐 외설이냐’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66세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5일 “자택에서 숨져 있는 마 전 교수를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사는 이복누나가 발견해 오후 1시51분쯤 경찰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마 전 교수가 목을 맨 채 발견된 점으로 미뤄 같이 지내던 가사도우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마 교수 자택에선 지난해 9월 마 교수 자필로 작성된 A4 용지 한 장 분량의 유언장이 발견됐다. 유언장엔 유족에게 유산을 남긴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이복누나만 있다. 마 전 교수는 연극학 교수와 결혼했지만 1990년 이혼했다. 자녀는 없고, 노모가 유일한 가족이었지만 2015년 별세했다.

마 전 교수는 지난해 8월 연세대 교수직을 정년퇴임한 뒤 우울증에 시달렸다. 마 전 교수는 지난 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굉장히 우울해요”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우울증이 심해 병원에서 입원을 권유했으나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 전 교수는 ‘한국문학에서 금기시하는 성(性)을 비로소 해방시켰다’는 긍정적 평가와 ‘외설을 문학이라고 주장한 퇴폐적 작가’라는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은 논란의 작가였다. 연세대 국문과에서 공부하고 동대학원에서 윤동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1977년 시로 등단했고 28세에 대학 교수로 임용되면서 ‘문학 천재’로 불렸다. 1989년 장편소설 ‘권태’를 내면서 소설가로서도 활동을 시작했다. 수필집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와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논란이 됐던 ‘즐거운 사라’는 여대생 ‘사라’가 성 경험을 통해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의 소설이다. 그는 성 문제를 공개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 위선적인 성문화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92년 강의하던 중 ‘즐거운 사라’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구속됐고, 교수직도 박탈당했다. 대다수 문화예술인은 고인의 구속수감을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으로 받아들이고 구명운동을 벌였다. 구속과 면직 등 일련의 일을 겪으면서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나는 외롭다”라는 말을 남겼다.

1998년 사면 복권돼 연세대에 복직한 뒤에도 ‘사랑이라는 환상’ 등 성과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을 꾸준히 썼지만 예전만큼 적극적으로 활동하진 못했다. 그는 자신의 문학세계가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해 평생 큰 좌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평생 ‘왕따’를 당했다”고 고백하면서 “제2의 마광수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주화 윤성민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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