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야구장은 어떻게 음악의 용광로가 되었나?

야구장은 경기가 열릴 때면 거대한 노래방으로 변신한다. 관중들이 지난 2일 부산 동래구 사직구장에서 응원도구인 막대풍선을 흔들며 열띤 응원전을 벌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Q. 얼마 전 가족들과 수원kt위즈파크에 프로야구를 보러 간 주부 A씨(40)는 깜짝 놀랐다. 응원 열기가 무척 뜨거웠을 뿐만 아니라 그 분위기를 북돋는 음악이 너무나 다양했기 때문이다. 트로트 리듬에 맞춰 선수가 등장하는가 하면 삼진 아웃 장면에 비장한 클래식 선율이 흘렀다. 야구장에는 어떻게 이런 다양한 음악이 사용되는 걸까.

A.
야구장에는 수많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선수가 등장할 때 나오는 선수 응원가가 있고 홈런 삼진아웃 등 경기 진행에 따른 음악도 있다. 경기 중에는 팬들이 구단과 선수 응원가를 ‘떼창’한다. 친숙한 올드팝이나 대중가요를 그대로 부르거나 개사해서 많이 사용한다. 저작권료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협의해 지불한다.

회 마다 팀별로 최소 3명의 선수가 등장한다고 해도 50차례 넘게 선수 응원가가 나오고 공수 전환 등에 따른 음악이 최소 10차례 울려 퍼진다. 경기진행은 3시간 정도 되지만 길 때는 5시간까지 걸린다. 현재 10개 프로야구 구단에는 각각 100곡 가량의 응원가가 있다.

구단 응원가는 구단이 전문가에게 의뢰해 제작하기도 하고 팬들이 자발적으로 부르면서 정착되기도 한다. 대구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삼성 라이온즈는 ‘대구찬가’ ‘라이온 킹’ ‘아이 러브 라이온즈’ 등 구단 응원가를 공식 제작해 음반을 발매했다. 부산 연고 롯데 자이언츠의 ‘부산 갈매기’는 관중들이 계속 부르면서 구단 응원가로 정착된 경우다.

선수 응원가는 대개 선수가 요청한 곡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선수 이미지와 역할에 맞게 지정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LG 트윈스 임훈 선수의 응원가는 감미로운 피아노곡인 ‘소녀의 기도’를 쓴다. 학교에서 수업 시작 알림음으로 주로 쓰이는 선율로 선두타자 역할을 암시한다. 한화 이글스는 트로트가수 박상철에게 준우승에 기여했다며 감사패를 주기도 했다. 그의 히트곡 ‘무조건’이 구단 응원가로 사용되면서 사기 진작에 크게 기여했다고 봤던 것이다.

공수 전환 등에 나오는 상황곡은 구장에 따라 다양하다. 수원kt위즈파크는 공격수가 삼진아웃됐을 때 바이올리니스트 파블로 데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 바이젠’ 도입부가 나온다. 상황의 비장성을 과장해 유머를 선사하고 공수 전환을 효과적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스포츠와 음악이 절묘하게 결합된 한국 야구장은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 등 전 세계 어디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진풍경이라고 한다.

국립국악원은 지난달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LG 트윈스 측에 팀 응원가 2곡과 홈런 상황곡 1곡을 증정했다. 국악 보급 차원이다. 팝 대중가요 클래식에 이제 국악까지 추가됐으니 더 다양한 음악이 야구장 응원 열기를 달구게 됐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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