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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기 틈타… 美, 무기 구매 압박?


AP뉴시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수십억 달러(수조원)에 달하는 무기와 장비 판매를 개념적으로 승인했다(provided conceptual approval)”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념적 승인’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장비의 성격상 미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첨단 무기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무기판매 결정권은 행정부에 있지만 외국 정부에 대한 중대한 무기 판매의 경우 사전에 상·하원 외교위원회의 승인을 구하도록 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6월 대만에 1조6000억원대의 무기를 판 것도 의회의 승인을 거쳐 추진했다.

백악관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판매를 승인한 군사장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군사장비 판매 규모가 수조원대라고만 밝혔다.

사실 백악관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통화가 끝난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장비 판매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사흘 새 두 번이나 같은 내용을 반복한 것이다. 백악관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기 세일즈를 실적으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다.

백악관의 발표에서 달라진 내용은 ‘계획된 구매(planned purchase)’에서 ‘수조원어치(many billions’ worth)’로 구매 금액 수준이 구체화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 발표에서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청와대가 숨긴 건지, 백악관이 일방적인 플레이를 한 건지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기 와중에 한국에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라고 압력을 넣은 것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된다. 물론 문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회수와 국방력 강화, 대미 무역흑자 축소 압력 등을 감안해 미국산 무기 구입을 늘리겠다는 뜻을 밝힌 적은 있다.

두 정상 간 통화에서 군사장비 판매를 둘러싼 합의가 이뤄졌다면 사전에 양국 실무자들 간 협의가 진행됐어야 상식에 맞는다. 하지만 그런 차원의 실무협의는 없었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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