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월드

美 세컨더리 보이콧 예고… 中 이번엔 대북 ‘원유’ 끊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일 푸젠성 샤먼시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본회의에서 근심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브릭스 회원국들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모든 당사자가 대화를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P뉴시스


■美 "할 수 있는 건 뭐든 한다"… 中 압박 극대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집해 3일(현지시간) 열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할 수 있는 건 뭐든 해야 한다'는 강경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를 제재하는 전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부터 군사 옵션까지 폭넓게 거론된 것이 이를 반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사용 가능한 군사 옵션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결과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브리핑한 것도 군사행동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NSC에서 논의된 대책은 3가지 방안으로 좁혀졌다. 첫째는 중국을 보다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둘째는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셋째는 미국의 독자 제재를 확대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단히 격분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중국이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성명의 수위가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때보다 훨씬 강경하다는 데 고무적인 평가를 내리고 향후 특단의 조치를 기대하는 눈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전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미국이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들과 교역을 전면 중단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이행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 세계 경제를 양분하는 미국과 중국이 교역을 전면 중단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과 교역하는 나라 중에는 중국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러시아도 포함돼 있다. 교역 비중은 작지만 대만과 필리핀 등 미국의 동맹국들도 북한과 거래 중이다. 다만 북한과의 교역 90%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3.1%), 필리핀(1.8%)을 제외하면 대만 등 나머지 나라들의 교역 비중은 0.4%(1220만 달러, 약 138억원) 이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내든 건 중국이 보다 강력하게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통한 제재는 더욱 빨라지고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4일이 미국 노동절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국 일본 영국 프랑스와 함께 이날 오전 10시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했다.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리 긴급회의를 종전에는 한·미·일 3개국이 하는 게 보통이었으나 이번에는 영국과 프랑스가 가세했다. 그만큼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경각심이 안보리 이사국들 사이에 확산돼 있다는 증거다. 관심은 안보리의 신규 제재가 대북 원유공급 중단이나 그 수준에 버금가는 강력한 제재를 포함할지 여부다.

미국은 이밖에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자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중국 기업 수백개가 여전히 유엔이 규정한 금지품목을 북한과 거래하고 있다는 의심을 갖고 있는 미국은 재무부를 중심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swchun@kmib.co.kr

■中, 이번엔 '北 생명줄' 원유 끊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를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예고함에 따라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 위력으로 볼 때 '레드라인을 밟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고, 미국이 고강도 제재와 압박을 실행할 경우 중국도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은 대북 원유공급 중단에는 여전히 미온적이어서 미국과 마찰이 예상된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핵실험과 관련,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게 지키고 국제사회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북한 원유공급 중단 등 강력한 조치 여부에 대해선 "유엔 안보리 회원국의 토론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핵실험 후 주중 북한대사관 고위 관리를 불러 항의했다"고 밝혀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에게 항의를 전달했음을 시사했다.

중국은 겉으로 원칙론을 반복하며 신흥 경제 5개국의 브릭스(BRICS) 정상회의를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리더십을 세계에 과시하는 무대에 북한이 핵실험으로 고춧가루를 뿌린 데 단단히 화가 난 모습이다.

중국의 속내는 언론보도 통제에서 엿볼 수 있다. 관영 매체들은 북한 핵실험을 논평 없이 짧게 보도하거나 아예 다루지 않고 브릭스 정상회의 소식을 전하는 데 집중했다. 환구시보가 전날 오후 보도했던 북한 핵실험 관련 사설은 몇 시간 만에 인터넷에서 사라졌다. 해당 사설 내용은 자매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서는 계속 볼 수 있었다. 자국민들의 시선이 브릭스 정상회의 외에 북한 핵실험으로 쏠리는 걸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글로벌타임스 사설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을 중단하거나 국경을 폐쇄하더라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막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완전한 금수조치는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변 학자들도 비슷한 관측을 내놨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언론에 "중국은 원유공급 완전 중단이나 북·중 국경 폐쇄 등 극단적인 조치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에도 현실적 위협이 되고 있어 대응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롄구이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북한이 도발하면 중국에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북한의 도발은 절정에 이르렀으며, 중국이 원유공급 중단 등 더 엄격한 조치를 취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내면 중국도 견디기 힘들어 미국에 어느 정도 호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요구하는 원유중단 카드와 관련해서도 전면적이고 영구적인 중단, 일시적인 전면 중단, 부분적 일시 중단 등 다양한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그럴 경우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수 있어 중국으로선 부담되긴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