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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이해진은 네이버 총수”… ‘準재벌’로 규제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네이버는 자산 5조원을 넘겨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이 전 의장 개인과 친족기업을 포함해 네이버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계기로 인터넷 플랫폼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의 불공정행위를 집중 감시할 계획이다.

“이해진, 총수 지정 당연”

공정위는 3일 자산 5조원 이상 57개 기업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면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게 되고, 공시의무를 갖게 된다. 올해 새로 추가된 기업집단은 네이버, 동원, SM, 호반건설, 넥슨 등 5곳이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계열사가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와 부당 내부거래를 못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규정이다. 일감 몰아주기 등 특혜 제공을 금지한 것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면 법적 최종 책임자로서 동일인(기업의 실질적 지배자)이 지정돼야 한다. 이 전 의장은 이와 관련, 지난달 14일 직접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김상조 공정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네이버를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의장 개인이 네이버를 지배하지 않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된다는 이유에서다. 전근대적 지배구조를 가진 기존 재벌그룹과 다르니 이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네이버의 주장을 ‘근거 없음’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 여부는 지분율과 회사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따지는데 이 전 의장은 두 가지 조건 모두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 전 의장이 갖고 있는 네이버 지분은 4.31%에 불과하다. 다만 공정위는 임원 보유분(0.18%), 미래에셋대우와의 자사주 교환을 통한 우호 지분(1.71%), 추가 활용이 가능한 자사주(10.90%)까지 모두 이 전 의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이 전 의장이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사외이사 선임에 관여하는 등 대주주 중 유일하게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 박재규 경쟁정책국장은 “네이버는 이 전 의장의 총수 지정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같은 논리라면 삼성그룹도 투자활동 등에 지장을 받아야 하는데, 동일인이 없어지면 삼성은 오히려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정조준하나

공정위가 이 전 의장을 네이버의 ‘동일인’으로 지정하면서 이 전 의장 개인과 친족기업의 존재도 처음으로 드러났다. 이 전 의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지음은 자산 640억원 규모의 컨설팅 회사다. 일본과 싱가포르에 100% 자회사를 두고 있다. 외식업체 화음과 여행업체 영풍항공여행사는 이 전 의장 4촌, 6촌이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3개 개인·친족기업의 자산을 합치면 700억원 정도다.

공정위는 3개 회사를 대상으로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네이버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앞서 공정위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모바일 등 신성장산업에서 지배적 플랫폼사업자의 경쟁 차단·배제행위를 집중 감시하겠다고 밝혔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표적인 시장지배적 플랫폼사업자는 네이버와 구글”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네이버는 입장자료를 내고 “(이번 결정은) 기업집단제도가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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