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다섯번째 낙마 사태… ‘코드’ 맞추다 검증 부실 되풀이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왼쪽)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 관계자에게 이유정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주식 내부거래 의혹 조사 요청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시스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비상장사 주식 투자 논란으로 사퇴하면서 문재인정부 고위직 중 낙마자는 5명으로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이념과 상관없이 각 자리에 최고의 인사를 임명하겠다는 ‘적소적재(適所適材)’ 원칙을 밝혀 왔다. 그러나 낙마자가 모두 측근 그룹이어서 ‘코드 인사’가 낳은 부작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는 1일 “가혹한 국회 인사청문 환경 때문에 적임자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며 측근 인사를 쓸 수밖에 없는 배경을 설명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임명·지명됐다가 낙마한 차관급 이상 고위 인사는 이 전 후보자와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박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다.

이들은 모두 문 대통령의 측근 그룹이다. 김 전 2차장과 조 전 후보자는 2012년 대선 패배 직후부터 문 대통령을 도왔던 핵심 참모다. 김 전 2차장은 외교안보 정책을, 조 전 후보자는 사회 분야 정책을 개발해 왔다. 문 대통령의 대선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에도 참여해 정책 개발을 도맡았다. 안 전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인물이고, 박 전 본부장은 참여정부 출신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이 추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영입 리스트에 올려놓았던 인물로, 박원순 서울시장 지지 선언까지 한 이력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했다. 김 전 2차장은 연세대 교수 시절 부적절한 품행 등을 이유로 임명이 철회됐다. 안 전 후보자는 부적절한 개인사 문제로, 조 전 후보자는 고용·노동 분야 정책 능력과 음주운전 문제로 자진 사퇴했다. 박 전 본부장은 황우석 논문조작 연루 의혹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이 전 후보자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주식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냈고, 결국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을 수 있는 처지로 내몰렸다.

특히 이들은 사회 개혁 작업을 주도하거나(법무부·노동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과학기술혁신본부장), 국민 기본권 보장 및 헌법 수호(헌법재판관) 등 문 대통령이 강조했던 분야에 지명됐던 인사였다. 청와대 입장에선 뼈아픈 실패다. 특히 일부 인사는 민정수석실이 문제점들을 지적했음에도 인선이 강행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내부에서는 민정수석실이 인사검증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야권도 이 전 후보자 사퇴 이후 일제히 성명을 내고 청와대 인사 추천·검증 라인 쇄신과 코드 인사 철회,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코드 인사와 검증 부실, 민정 소외론을 모두 강하게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주요 부처에 좋은 분을 모시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며 “그러나 국회 인사청문회 부담에 고사하는 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주요 부처의 경우 1순위 후보자들이 대부분 고사하는 바람에 결국 문 대통령과 국정 철학을 같이하는 인사들을 쓰게 됐다는 취지다. 검증 문제도 발목을 잡았다. 현재 주요 공직을 맡는 연령대는 산업화 세대다.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논문 표절 등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없었던 세대인 만큼 검증 단계에서 탈락한 이도 많았다는 후문이다.

강준구 문동성 기자 eyes@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