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들의 ‘숨비소리’… 한수풀해녀학교 개교 10년

지난해 5월 열릴 ‘제9기 한수풀해녀학교 입학식’에서 입학생들이 학교 관계자, 해녀 등과 기념촬영을 했다. 두 번째 줄 가운데 해녀 복장을 한 마크 리퍼트 전 주미대사 오른쪽이 이학출 교장이다. 제주시 제공


“해녀학교가 벌써 개교 10년째를 맞았습니다. 매해 어려운 교육과정을 마친 졸업생들을 보면서 제주 해녀문화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귀덕2리 한수풀해녀학교 이학출(59) 교장은 31일 “어느새 해녀학교 졸업생을 10기까지 배출시켰다”며 “수강생을 지도해준 해녀선생님과 귀덕리 마을주민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수풀해녀학교는 2007년 제주 주민자치센터 특성화 사업 응모에서 최우수사업으로 선정되면서 출발했다. 마을주민들이 낸 아이디어가 상금으로 연결됐고, 한림읍 주민자치위원회가 발 벗고 나서면서 학교 터전이 만들어졌다. 2008년 첫 수강생을 받고 졸업생 34명을 배출한 후 10년이 지나는 동안 532명이 거쳐 갔다.

이 교장은 “초창기에는 대부분 제주 사람이었지만 차츰 외지에서 소문을 듣고 수강생이 몰려들면서 지금은 수강생 상당수가 외지인”이라고 설명했다.

해녀학교 수강생들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모집 인원은 여성 40명, 남성 5명, 외국인·이주 여성 5명 등으로 50명 안팎이다.

해마다 4월 신입생을 선발해 5월부터 8월까지 총 16주간 수업을 진행한다. 첫 달에는 장비 사용법과 심폐소생술·해녀노래 등 이론을 배우고 다음 달부터 바다로 나가 유영법과 잠수법, 해산물 채취법 등을 익히며 본격적인 훈련을 한다.

졸업장을 받기 위한 시험도 만만치 않다. 조별 과제로 재능기부와 봉사활동을 반영한다. 숨을 얼마나 참는지도 가산점 평가기준이 된다. 졸업 실기시험에선 실력별로 잠수 깊이를 나눠 시험을 치른 뒤 점수를 합산해 최종 등급을 구분, 졸업장을 수여한다.

이 교장은 “외지인이 해녀학교에 지원했다 떨어지는 경우 아예 주소지를 제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며 “물질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제주 바닷속 풍경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해녀학교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남아 있는 해녀 대부분이 60∼70대 고령층인 만큼 해녀를 양성하지 않으면 세계적 유산인 해녀를 지킬 수 없다”며 “해녀 양성이 해녀학교의 설립 목적이지만 해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을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제주 지역문화를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귀덕리 앞바다를 찾을 11기 수강생들이 기대가 된다는 이 교장은 “인생의 한순간을 특별하게 만들고,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에게 해녀학교를 꼭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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