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과 삶] 뉴 칼라 시대

청색 작업복을 입은 노동자


인간은 누구나 노동을 통해 생존을 영위한다. 가장 오래되고 흔한 노동 방식은 육체노동이다. 작업 현장의 노동자들이 주로 청색 작업복을 입은 데서 유래한 블루칼라(blue collar)는 직업을 ‘옷깃(collar)’ 색깔로 분류하는 발상이다. 블루칼라에 견주어 사무직 정신노동자를 일컫는 화이트칼라, 이 두 가지가 섞인 개념의 그레이칼라,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선 여성을 의미하는 핑크칼라, 고도의 전문직 종사자 골드칼라가 있다. 이밖에도 여러 색으로 근로 방식과 성격을 규정해 왔다.

직업군을 상징하는 칼라 중에서 원조 격은 블루칼라다. 햇빛에 쉽게 바래지 않는 파랑은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선호했던 의복 색이기도 하다. 16세기까지 유럽에서는 대청 잎에서 추출한 파랑 색소로 염색했다. 그 후 영국은 식민지 인도의 식물에서 얻은 ‘인디고’를 유럽으로 들여와 천연 염색재로 널리 확산시켰다. 1880년 독일의 베이어가 처음 파랑 인공염료를 합성했고, 화학기업 바스프가 대량 생산 시대를 열었다. 튼튼한 면을 물들인 블루진이 미국 금광 노동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오늘날까지 청바지는 실용적이고 스포티한 취향으로 사랑받는다.

4차 산업혁명으로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경계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신기술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미래의 일자리도 필연적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무성하다.

아직은 낯설지만, 컴퓨터로 일하는 세대를 두고 제3의 칼라인 ‘뉴 칼라’라고 부른다. 기존의 블루칼라나 화이트칼라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창조와 연구·개발 능력을 요구받는 뉴 칼라는 지금까지 인간이 쌓아온 근로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미래 직업인 것만은 분명하다. 머지않아 뉴 칼라가 변화시키는 세상이 우리 모두에게 행복을 안겨줄지 눈여겨볼 일이다.

성기혁(경복대 교수·시각디자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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