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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프로야구단, ‘검은 유착’ 전모 드러나나



검찰이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구단주를 29일 비공개 소환한 건 한 달 여 수사를 통해 한국야구위원회(KBO) 전 심판 최규순씨의 추가 비리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KBO가 지난해 각 구단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실시해 일부 불미스런 사실이 밝혀졌지만, 검찰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최씨 수사를 통해 심판과 프로야구단 사이의 오랜 유착 관계의 전모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재억)는 최씨가 넥센 구단 등에 비정기적으로 금전 지원을 요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의 고발 접수 이후 최씨와 그 주변의 금융거래 내역을 집중 분석해 왔다. 검찰은 최씨가 지인 명의로 개설해 관리하던 차명계좌를 특정, 이 계좌를 통해 금전 거래를 한 흔적이 나온 이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하는 중이다.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 관계자들에 이어 이 구단주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검찰은 특히 최씨가 넥센 측에 수년 간 여러 차례 금품을 요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은 지난해 KBO 조사 때 “최씨가 2012년 300만원을 요구했으나 건네지 않았다”고 소명한 바 있다. 이 구단주도 이날 검찰 조사에서 “최씨가 싸움을 해서 합의금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주지 않았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구단주를 상대로 별도의 금전 거래 의혹도 조사했다고 한다. 이 구단주 측은 조사 이후 “검찰이 최씨와 관련해 우리도 몰랐던 새로운 내용을 물어봤다”며 “이 구단주와는 직접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KBO가 각 구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조사 결과는 신뢰를 잃고 있다. 이미 ‘최씨와 금전거래가 없다’고 주장했던 KIA 구단 측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최씨의 차명계좌를 정밀 분석하고 있어 수사 대상에 오르는 구단들이 추가될 가능성도 높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와 금전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 이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8일 최씨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구단들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한 이유와 경위 등을 조사했다. 최씨는 일부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개인 채무 등으로 빌린 것이라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단들이 그에게 꼬리표가 없는 현금을 전달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챙긴 돈의 대가성이 입증되면 그를 배임수재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이후 KBO의 부실 혹은 축소 조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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