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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까지 했지만… 日, 北탄도미사일 요격 안했나 못했나

29일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쿄 공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뉴시스


일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폭거’라고 비난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이 발사를 예고하지 않은 채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유사시 일본 전역이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 순식간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지 않은 것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일 북한이 괌 포격계획을 밝힌 후 북한 미사일이 영공으로 진입할 경우 중간에 요격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은 화성 12형 미사일 4발이 일본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통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방위성은 항공자위대가 운용 중인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4기와 SM-3 요격미사일을 갖춘 해상자위대 이지스함을 해당 지역에 긴급 이동 배치했다.

그런데도 일본이 북한 미사일을 쏘지 않은 것은 이번에는 북한 미사일이 영공을 침범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영공은 국제적인 기준이 없지만 통상 고도 100㎞로 본다. 북한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통과할 당시 최대 고도 550㎞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PAC-3의 요격 고도는 20㎞, 이지스함에 배치된 SM-3의 요격 고도는 500㎞여서 북한 미사일을 격추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요격미사일을 남쪽에 배치한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이 예상 밖으로 홋카이도 상공을 지나가면서 요격 준비가 안 됐을 수도 있다.

그동안 북한이 쏜 발사체가 일본 열도 상공을 통과한 것은 이번까지 포함해 다섯 차례다. 북한은 앞서 4번의 발사 때는 국제기구에 미리 통지했지만 이번에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아베 총리는 오전 7시쯤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한 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폭거”라고 비난하면서 “유엔에서 대북 압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40분간 통화한 뒤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닌 만큼 미국과 함께 압박을 강화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일본이 자위권 강화를 위한 개헌을 다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북한 미사일을 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일본 영토를 공격하지 않는 대상에 대해선 선제공격할 수 없는 현재 자위대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헌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최근 각종 스캔들 때문에 주춤했던 아베 총리로선 다시 한 번 개헌 기회를 잡은 셈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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