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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준동] 한국 여자골프의 독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가 처음 우승한 것은 1988년이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구옥희는 스탠더드 레지스터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라 한국여자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후 박세리 등을 앞세운 한국 선수들은 LPGA 무대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적수가 없는 독주 양상이다. LPGA 대회인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대회인지 헷갈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성현이 지난 주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에서 처음으로 5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위업까지 달성했다. 지금까지 치른 23개 대회에서 13승을 쓸어 담았으니 승률이 무려 57%다. 11개 대회나 남아있어 2015년의 15승 합작 기록을 넘어설 기세다. 2015년에는 박인비가 그중 5승을 책임졌지만, 올해는 누구 한 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이 나란히 달리는 모양새다.

이렇게 되자 한국골프에 대한 외신들의 조명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골프장이 500여개에 불과하고, 골프가 사회적으로 그리 좋은 평판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세계적인 선수가 끊임없이 배출되는 현상이 신기한 듯하다. 외신들의 분석마다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가 있다. 젓가락, 바느질 등으로 익혀진 탁월한 ‘손 감각’이 그것이다. 밥알과 콩알을 한알 한알 골라내는 젓가락질이나 한땀 한땀 기워나가는 바느질의 섬세함 등이 골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골프대디’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도 집중 분석 대상이다.

이런 이유도 있지만 우승 원동력은 뭐니 뭐니 해도 부단한 노력일 것이다. 한국 선수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연습장에서 땀을 흘리기로 유명하다. 시즌 3승으로 뒤늦게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인경은 “우리끼리 선의의 경쟁이 더 잘해야 한다는 동기 부여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물론 골프도 중요하다. 하지만 골프 외의 것도 즐기는 한국 선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김준동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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