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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품에 안기는 ‘웰다잉’… 유가족 78.5%가 만족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국립수목장림인 하늘숲추모원의 전경 모습. 산림청 제공




“수목장림은 절대로 혐오시설이 아니고 마을이 한층 젊어질 수 있습니다.”

친환경적인 장례문화로 ‘수목장림’이 주목받고 있다. 수목장림은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는 장례방법이고 관리와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어 유족들의 만족도가 높다.

29일 산림청에 따르면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지난 1∼2월 국내 유일의 국립수목장림인 경기도 양평군 하늘숲추모원(이하 추모원) 이용객 3788명을 대상으로 시설 운영 등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600명)의 78.5%가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스러워한 응답자는 3.7%에 그쳤다. 17.4%는 ‘보통’으로 답했다. 또 추모원의 경제적 효과는 연간 18억원으로 분석했다. 2009년 5월 개장 이후 누적 방문객은 26만명으로 집계됐다.

추모원은 정부가 조성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추모목의 분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모목은 개장 첫해 649그루를 시작으로 해마다 500그루 정도가 분양되고 있다. 현재 추모목 6315그루 중 3929그루(62%)가 분양됐다. 분양은 선착순이고 이용객이 추모목을 직접 선정해 계약할 수 있다.

추모원 이용객 김경원(39·세종시)씨는 “양평의 작은 시골마을에 들어선 추모원은 고인의 자녀와 후손들의 발길이 이어져서 그런지 활기가 넘치는 것 같다”며 “추모원에 갈 때마다 묘지가 아닌 울창한 숲에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전했다. 김씨는 “추모원 어디에도 봉분이나 비석이 없어 자녀들과 나들이 온 듯한 기분”이라며 “계약기간에 비해 저렴한 비용과 체계적인 관리도 매우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추모원 이용객 노갑선(65·서울 서초구)씨도 “수목장림은 최대한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는 친환경적인 장례문화”라며 “추모원은 묘지 같지 않고 숲 그대로라서 너무 좋다”고 평했다. 노씨는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수목장림 조성으로 우리의 좁은 국토가 더 아름다운 숲으로 가꿔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설 시설도 이용객들의 호응이 높다. 전남 진도군산림조합이 운영하는 보배숲 추모공원의 이용객 김혁준(59·진도군)씨는 “사시사철 꽃이 피고 잘 가꿔진 나무에 부모님을 모셔 마음이 편안하다”며 “비나 눈이 와도 걱정이 없고 항상 관리가 잘 돼 만족스럽다”고 얘기했다.

선친의 묘소를 사설 수목장림으로 이장했다는 주재환(59·안성시)씨는 “수목장림은 잘 조성된 공원과 같다”면서 “수목장림을 흉물이라며 혐오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본다”고 했다.

화장률은 2000년 33.7%에서 2016년 82.3%로 증가했다. 화장 후 장사방법에 대한 선호도는 수목장이 44.2%, 납골 37.0%, 자연장 11.8%, 기타 7.0% 순으로 조사되고 있다. 수목장림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목장림은 현재 전국적으로 국립 1곳, 공립 5곳, 사설 45곳 등 51곳에 불과하다. 사설 45곳 중 특정인만을 대상으로 한 개인·가족, 문종·중종 수목장림이 26곳이나 된다. 누구나 이용 가능한 법인·종교 수목장림은 19개소에 그쳐 수목장을 원하는 유족들의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산림청은 오는 2022년까지 공공 수목장림 48곳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하늘숲추모원(서울·경기권) 이외에 강원권, 대전·충청권, 광주·전라권, 대구·경북권 등 권역별로 수목장림을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하늘숲추모원은 현재 62%가 분양됐고, 오는 2021년 분양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목장림의 올바른 이해와 인식 개선으로 수목장림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목장림 Q&A

장례문화가 매장 문화에서 화장 문화로 바뀌고 있다.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20% 정도에 머물렀던 화장률은 지난해 80%를 넘어섰다. 하지만 수목장림이 부족해 대부분 납골 형태로 고인을 모시고 있다. 산림청이 수목장림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수목장림이 뭔지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수목장림이란?

"수목장을 할 수 있는 산림을 말한다. 수목장은 화장한 유골을 수목의 밑이나 주변에 묻는 장묘 방법이다. 수목장림은 묘지 조성에 의한 산림훼손이 방지되고 국토의 보전효과로 이어진다."

-골분함 재질은?

"골분함은 나무나 종이, 옥수수 전분 등으로 만들어져 자연 분해가 잘되는 재질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1호 국립 수목장림은?

"산림청은 지난 2009년 5월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일대 국유림 48㏊에 국내 첫 국립 수목장림인 하늘숲추모원을 조성했다. 현재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70세 이상의 고령자, 뇌사자, 질병 등으로 6개월 이내에 사망이 예측되는 사람에 한해 최대 1년까지 사전 예약이 가능하다."

-관리 비용은?

"하늘숲추모원은 15년 사용 기준 가족목 232만5000원, 공동목은 73만5000원을 사용료로 받고 있다. 이 금액은 2009년 개장 이후 지금까지 인상 없이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추모목의 사용 계약은 15년을 기준으로 한다. 15년씩 3회 연장이 가능해 최대 60년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비석·명패 설치가 가능한가?

"수목장림에서는 200㎠ 미만의 명패를 나무에 매달 수 있으며 비석 설치는 금지하고 있다. 국립 수목장림의 경우 추모목에는 고인의 이름, 생년월일, 사망 일자를 세로로 기록한 표지를 가로 10㎝, 세로 15㎝ 크기로 1그루당 1개만 제작해 나무에 매다는 방식으로 설치해야 한다."

-추모목 1그루당 1명만 안치하는가?

"개인, 부부, 가족, 불특정 다수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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