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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軍, 자신감 부족·미군 의존 北압도 못해”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방부·국가보훈처 업무보고에 앞서 정경두 합참의장과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정 합참의장, 문 대통령, 김병주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이상철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남북의 국내총생산(GDP)과 국방예산을 언급하며 군 내부의 뿌리 깊은 ‘미군 의존성’을 강력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필요하면 군 인력 구조를 전문화하는 등 개혁을 해야 하는데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고도 우리가 북한 군사력을 감당하지 못해 오로지 연합방위 능력에 의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군이 북한군을 압도하지 못하는 이유를 자신감 부족 및 미군 의존성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고질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국방 개혁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배경에 깔려 있다. 문 대통령 언급대로 2004∼2014년 11년간 군의 평균 국방비는 북한의 8.5배 수준이다. 국방비 지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10위다.

문 대통령은 특히 “왜 지금까지 국방 개혁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지, 왜 아직도 우리 군 스스로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인지, 북핵 능력 고도화에도 한국형 ‘3축 체계’(킬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한국형 대량응징보복) 구축이 지연돼온 이유가 무엇인지, 왜 방산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인지 등에 대한 엄정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에 대해 제기돼 왔던 비판을 일일이 언급한 것이다. 이어 “이런 논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국방 개혁은 또다시 구호로만 그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3축 체계 조기 구축은 전작권 환수와도 연결된다. 박근혜정부는 2014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만한 능력과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전작권 환수가 가능하도록 미국과 합의했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3축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군을 작심 비판한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자주국방을 강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과거 언급과도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11년 전 노 대통령도 군을 상대로 똑같은 질타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민주평통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근 20년간 북한 국방비의 10배 넘게 국방비를 쓰고 있다”며 “국방력이 북한보다 약하다면 그 많은 돈을 군인들이 다 떡 사 먹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옛날 국방장관들 나와서 떠드는데 그 많은 돈을 쓰고도 북한보다 약하다면 직무유기”라며 “미국 뒤에 숨어 형님 ‘빽’만 믿겠다, 이게 자주국가 국민들의 안보의식일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자기 군대 작전통제 한 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놓고 나 국방 장관이오, 나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 말았다는 얘깁니까”라며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 지적에 국방부는 이날 군 주도의 공세적인 한반도 전쟁수행 개념을 정립하겠다고 보고했다. 강력한 3축 체계를 보다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국방부는 문 대통령 임기 내인 2020년대 초반까지 이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국방부 브리핑에서 “그간의 전쟁수행 개념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안전, 수도권 안보를 확보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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