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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 생리대는 식약처, 기저귀는 산자부… 제각각 소관부처, 국민건강 ‘불안’

서울의 한 대형마트 고객센터에서 28일 소비자들이 깨끗한나라 '릴리안 생리대' 환불 절차를 밟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최근 생리대 안전성 논란이 일자 릴리안 전 제품에 대해 이날 오후부터 구매 시기, 개봉 여부와 상관없이 환불해 주기로 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살충제 계란과 생리대 파동의 중심에 서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역할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체에 유해할 우려가 있지만 공산품이라는 이유로 다른 부처에 안전성 검증 책임이 산재해 있는 점도 혼란을 가중시킨다.

식약처는 28일 독성 분야 전문가들과 자문회의를 열고 생리대 위해평가 방법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가운데 우선 조사 대상 성분 10종을 선정하기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회의 결과는 29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 발표된다. 식약처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생리대의 대안을 찾아 나서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생리대의 대안으로 아기용 기저귀가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기저귀의 안전성 역시 보장할 수 없다. 어린이용 기저귀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에서 품질·안전성 검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논란이 되는 VOCs 중에서 포름알데하이드만 안전 확인 물질 19종에 포함돼 있다. 기저귀 역시 접착제가 쓰이고 있어 VOCs가 검출될 우려가 있지만 생리대와 마찬가지로 안전 기준이 없다. 실제 지난 2월에는 기저귀 안전 기준에 포함되지 않은 다이옥신, 살충제 성분이 P&G사의 기저귀에서 검출돼 파장이 일었다.

기저귀처럼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만 식약처가 아닌 다른 부처에서 안전성과 품질 등을 검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업용 분진마스크, 젤네일(손톱미용) 제품 같은 공산품도 피부에 닿아 인체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식약처가 아닌 소비자원이 안전성을 확인한다. 지난달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을 유발한 것으로 의심되는 햄버거 패티의 유통 과정도 소비자원이 조사했다.

식품도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드러난 것처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 등으로 식품안전 체계가 분산돼 있다. 생산 단계는 농식품부가 관리하지만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소비 단계는 식약처 소관이다.

현재의 식약처가 식품과 보건의료 안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에는 버겁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에서 처로 격상만 됐을 뿐 각종 사업 예산은 삭감됐다. 식약처의 올해 사업 예산은 45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3억원가량 줄었다. 직원 수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일부 선진국처럼 식품과 의약품을 분리해 전문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영국은 2000년 독립기관인 식품표준청(Food Standard Agency)을 설립해 식품위생 업무만 담당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행정체계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꼬집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영국처럼 일원화하든, 우리처럼 의약품까지 관리하는 미국 FDA 방식대로 하든 행정체계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행정체계보다 정부 조직 간의 협업 결여를 해소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그래픽= 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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