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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 760㎜ 폭우에… 대형 호수로 변한 美 휴스턴

허리케인 하비가 강타해 물바다가 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27일(현지시간) 남성 2명이 고무보트를 타고 황급히 대피하고 있다. 휴스턴의 주요 도로는 성인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올라 차량이나 도보로도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비가 더 올 것으로 보여 휴스턴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다. AP뉴시스


최대 풍속 시속 210㎞의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Harvey)’가 상륙한 미국 텍사스주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망자만 최소 5명으로 집계됐고, 이재민도 45만명에 이른다고 미 연방재난관리청이 28일(현지시간) 밝혔다. 하비가 열대성 폭풍으로 등급이 낮아졌지만 앞으로 며칠간 비를 뿌릴 것으로 보여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히 멕시코만 일대 정유시설이 멈추면서 국제 휘발유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AP통신 등 현지 언론은 27일 하비가 사흘째 텍사스주에 비를 뿌리면서 일부 지역은 이날 오후 7시 기준으로 48시간 동안 강수량이 76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립기상청과 국립허리케인센터는 다음 달 1일까지 텍사스 연안과 루이지애나주 남서부에 380∼630㎜의 폭우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역시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 피해를 당한 루이지애나주에도 28일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미국의 네 번째 대도시이자 인구 630만명의 휴스턴은 강까지 범람하면서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겼다. 두 곳의 공항은 폐쇄됐고 주요 도로 역시 차량 통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또 전신주 붕괴와 전력선 단절 등으로 전력 공급이 중단돼 텍사스 전역에서 수십만 가구가 불편을 겪고 있다.

하비는 4등급 허리케인으로 2005년 1200명의 사망자를 낸 3등급 허리케인 카트리나보다 강력하다. 미국 본토에 4등급 허리케인이 강타한 것은 13년 만이다. 특히 텍사스주는 1961년 허리케인 칼라가 상륙한 이후 56년 만에 4등급 허리케인을 맞아 재난적 상황에 빠졌다.

카트리나의 악몽을 기억하는 정부 당국은 전방위적 구조활동에 나섰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구조작업을 위해 3000여명의 군병력을 투입했으며 28일 1000명을 추가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시가 27일 오전 뉴욕소방국(FDNY)·뉴욕경찰국(NYPD) 소속 특급대원 120명을 일컫는 일명 ‘뉴욕 태스크포스 원’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 급파하는 등 미국 전역에서 구조대가 텍사스주로 파견됐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응급구조대를 조직해 주민 구조에 나서고 있다.

하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발생한 재난이라는 점에서 그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NN방송은 샬러츠빌 사태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쏟아지는 비판적 여론을 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텍사스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폭우로 피해지역이 확대되면서 당국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대피 명령을 조금 더 일찍 내렸어야 했다며 부실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시장은 “대피 명령을 내렸다면 230만명이 도로 위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멕시코만 연안에 집중된 정유시설이 타격을 입으면서 휘발유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멕시코만은 미국 전체 원유 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정제 능력은 하루 700만 배럴에 달한다. CNN은 “멕시코만의 정제시설 30여곳 가운데 10개가 폐쇄됐다”고 전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원유 9월 선물 가격은 장 초반 갤런당 6.8%나 올라 2015년 7월 이후 장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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