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로∼ 떠난 조동진… 방광암 투병 중 별세

28일 별세한 가수 조동진은 가요계의 거목이었다. 1980년대 동아기획에 몸담았고, 90년대에 동생인 조동익, 가수 장필순 이규호 등과 음악공동체 하나음악을 꾸렸다. ‘행복한 사람’ ‘제비꽃’ ‘나뭇잎 사이로’ 등이 고인의 대표곡이다. 푸른곰팡이 제공


방광암으로 투병하던 가수 조동진(70)이 28일 세상을 떠났다. 조동진은 이날 새벽 자택 욕실에서 쓰러졌고, 병원으로 이송 중 숨을 거뒀다.

소속사 푸른곰팡이에 따르면 고인은 최근 방광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다. 하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은 여전했다. 다음 달 16일에는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콘서트 ‘꿈의 작업 2017-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를 개최할 예정이었다. ‘꿈의 작업 2017’은 조동진이 13년 만에 여는 콘서트여서 큰 화제가 됐고, 티켓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고인은 한국 포크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그는 1966년 록밴드 ‘쉐그린’의 기타리스트로 음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자기 이름의 첫 음반을 내놓은 건 서른두 살이던 79년이었다. 조동진의 출현은 한국 음악의 새로운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박준흠 음악평론가는 “조동진을 포크 뮤지션으로 정의 내리곤 하는데, 1집을 들어보면 록과 포크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80년대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인 들국화 어떤날 시인과촌장 등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뮤지션이었다”며 “많은 가수들은 그의 음악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조동진의 음악은 결이 달랐다. 김민기 한대수 등 70년대 포크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에 저항의 메시지를 녹여냈다면, 조동진은 관조적인 시선이 깃든 예술성 짙은 작품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문학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노랫말은 가히 일품이었다. 생전에 그는 지인들에게 “내 노랫말은 이념이 없는 이야기가 되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과작(寡作)의 뮤지션이었다. 데뷔 음반을 기점으로 하면 40년 가까이 음악활동을 했는데도 그가 내놓은 정규 음반은 여섯 장밖에 안 된다. 96년 5집 ‘조동진 5’를 발표한 뒤에는 제주에 머물며 오랜 기간 두문불출했다. 최근작은 지난해 11월 20년 만에 내놓은 음반이자 정규 6집인 ‘나무가 되어’였다. 이 앨범은 지난 2월 열린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에 선정될 정도로 평단의 격찬을 이끌어냈다.

서정민갑 음악평론가는 “조동진은 아티스트로서의 품격을 보여준 인물이자 음악과 예술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든 뮤지션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많은 후배 뮤지션들이 우러러보는 높은 봉우리였다”면서 “조동진이라는 봉우리를 중심으로 작은 봉우리들이 솟아나고, 그렇게 한국 음악의 산맥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족으로는 두 아들 범구·승구씨가 있으며 발인은 30일 오전 5시30분이다. 빈소는 경기도 고양 일산병원 장례식장 9호실, 장지는 벽제 승화원(031-900-0444)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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