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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징역 5년 선고… 1심 뇌물·재산도피·횡령·위증 모두 유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그는 호송버스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최현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1심에서 징역 5년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사건의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규정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됨에 따라 현재 재판 중인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도 유죄 선고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수뇌부 5명의 1심 선고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위증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를 지원하기 위해 송금·지급한 77억9735만원 가운데 선수단 차량, 마필 수송차량 구입대금을 제외한 72억9427만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이 그룹 내 지배력 확대를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승계작업을 추진했고,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해 승마 지원 요구에 응했다고 봤다. 그간 이 부회장은 2016년 2월 이전에는 최씨를 알지도 못했다는 입장을 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2015년 7월 말 이후에는 승마 지원이 실질적으로 최씨에 대한 지원이고, 곧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금품공여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봤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자금을 활용한 승마 지원은 횡령죄로 인정됐고 동시에 국내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죄도 성립했다. 재판부는 최씨가 실질적으로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 측이 지원한 16억여원도 뇌물로 판단했다. 다만 국정농단 사태의 도화선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원은 뇌물로 보지 않았다. 기소된 뇌물 금액 298억원 중 89억원가량만 유죄가 인정된 것이다.

김진동 부장판사는 50분 가까이 판단의 이유를 고지한 뒤 주문 선고 직전 이 부회장 등을 피고인석에서 일어서게 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 사건은 삼성그룹 임원들이 막강하고 최종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게 승계 과정에서의 도움을 기대하며 범행한 사건”이라며 “정경유착이라는 병폐가 과거사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충격으로 인한 신뢰감 상실은 회복이 어렵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부회장 등이 적극적·명시적 청탁을 하며 뇌물을 건넨 것은 아니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측면도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

재판부는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겐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삼성 측 송우철 변호사는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 부분이 유죄로 바로잡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글=이가현 이경원 기자 hyu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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