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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소굴 된 아카풀코·칸쿤… ‘위험 여행지’로 전락



아카풀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멕시코 휴양도시다. 로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가 주연한 영화 ‘아카풀코의 사랑’과 국내에서도 방영된 외화 시리즈 ‘아카풀코 해변수사대’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한때 고급 리조트를 비롯해 세계적인 부자들과 할리우드 스타들의 별장이 즐비했던 이곳은 최근 5년 사이 범죄조직과 마약 카르텔이 판치는 ‘범죄특구’로 전락하고 말았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4일(현지시간) 태양과 즐거움의 행선지에서 강력 범죄의 중심지가 된 아카풀코의 비극적 상황을 전했다.

아카풀코의 택시기사 아르만도(55)는 매주 금요일 오후만 되면 ‘레나시미엔토’로 불리는 현지 우범지역에 ‘보호비’를 내러 간다. 하루 운행 수입의 절반을 갱단에 상납해야만 하는 현지 택시기사들의 집결지도 한때 이곳이 번듯한 휴양지 번화가였음을 보여주는 건물 주차장이다. 갱단 보복이 두려워 자신의 성만 밝힌 아르만도는 WP에 “그들(범죄조직)은 힘이 있다”면서 “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저지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카풀코에서는 조직들의 보복성 범죄로 백주 대낮에도 살인사건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아카풀코의 현재 모습은 중남미의 심각한 치안 부재를 여실히 반영한다. 정치인과 관료 등 일부 집권층이 갈수록 전문화·기업화돼가는 범죄조직과 결탁하면서 치안 공백이 커지고 있다. 이런 ‘결탁’ 때문에 마약범죄 조직 소탕작전에 경찰 특공대가 아닌 해군 부대가 동원되는 실정이다.

치안 난맥상은 한국 신혼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멕시코의 또 다른 휴양지 칸쿤과 플라야 델 카르멘, 로스 카보스 등지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자국민들에게 칸쿤을 비롯해 멕시코 주요 휴양지에 대한 여행주의령까지 내린 상태다. 치안 악화로 관광객이 줄면서 지역경제 사정이 악화되자 갱단들이 납치 등 관광객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고, 이는 그나마 휴양지를 찾던 이들의 발길마저 끊어지게 했다.

앞서 펠리페 칼데론 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벌인 마약조직과의 전쟁은 표면적으로 마약 카르텔 두목들을 검거하고 조직을 붕괴시키는 듯 보였다. 하지만 ‘무주공산’은 곧바로 라이벌 범죄집단의 경연장으로 전락했고 살인과 납치, 폭력 등 강력범죄는 도리어 더 확산됐다.

멕시코에선 지난 6월 2234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1997년 관련 범죄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당국이 제시한 숫자는 수사 중이거나 연방 당국에 신고된 사건만 집계된 것으로 실제 살인사건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터의 집단학살을 방불케 할 정도로 신원 불명 희생자들의 집단 매장지가 종종 발견되는 멕시코에선 정부가 조직범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우려와 규탄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내년 대선을 앞둔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에게도 커다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글=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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