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하면서 생리통과 생리 중단 등 부작용을 겪었다는 피해 제보가 3009건 접수됐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1일 저녁부터 피해 제보 접수를 받았는데 23일 오후 4시까지 3000명 넘게 제보해왔다”고 밝혔다. 가장 두드러진 피해 증상은 생리 양 감소로 제보자의 85.8%가 경험했다. 생리 기간이 줄었다는 이들도 70.7%였다. 1년 이상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했다는 40대 여성 제보자는 “평균 5∼6일이었던 생리 기간이 점점 짧아져 올해부터는 만 하루로 줄었다”며 “폐경이 일찍 오나 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65.6%는 생리 주기가 바뀌었고 68.0%는 생리통이 더 심해졌다고 했다. 생리가 아예 끊긴 경우도 4.7%나 됐다. 여성환경연대는 2011년부터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해온 한 20대 여성이 약 4년간 생리불순에 시달리다 2015년 다낭성난소증후군 판정을 받은 사례도 소개했다.

2014년부터 릴리안 생리대를 써 왔다는 20대 여성은 “상품을 환불해주겠다고 했지만 이 정도 조치로 해결하려는 게 불편하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회용 생리대 판매 기준을 높이고 철저한 성분 검사를 해 어떤 생리대를 마음놓고 사용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은 ‘생리대 전수조사하라’ ‘생리대 기준 강화하라’ ‘건강조사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성명서를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들은 “그동안 생리통 등 생리 관련 증상은 사소하고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돼 누구도 책임있게 조사하거나 대책을 마련한 적이 없었다”며 “이번 사건이 여성위생용품 속 유해물질 및 여성건강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 생활 속 화학물질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릴리안 생리대 제품 소비자들은 집단소송도 준비 중이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법정원은 “24일 낮까지 1만5000명 넘는 소비자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혀 왔다”며 오는 31일 소장을 제출키로 했다.

깨끗한나라는 이날 “릴리안 제품 판매와 생산을 중단키로 했다”면서 “식약처 조사와 한국소비자원에 요청한 안전성 테스트가 신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저소득층 청소년에 지원 중인 릴리안 생리대를 구매처에서 환불·교환토록 하는 지침을 전달했다. 식약처는 생리대 제조업체 5곳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25일에는 산부인과 전문의, 소비자단체 등과 함께 전문가 회의를 갖고 생리대 안전관리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글=신재희 김유나 최예슬 기자 jshin@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