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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앉은 한·미, FTA 개정 여부 입장차만 확인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의 고위급 대면회의 참석자들이 양국 수석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의 영상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첫 협상 테이블이 열렸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합의 없이 끝났다.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 향후 논의에서도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가 끝난 뒤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미국 측에서는 조속한 개정 협상을 제의했으며 우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향후 일정을 포함한 어떤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하게 대비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리는 이익 균형과 국익 극대화 원칙에 따라 당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양측 수석대표인 김 본부장과 미국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영상회의를 가졌다. 이후 열린 고위급 대면회의에는 한국에서 유명희 산업부 FTA교섭관 등이, 미국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고위급 대면회의는 수석대표들이 영상회의로 큰 틀의 의제를 정리하면 세부조항에 대해 양측이 조율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첫 만남에서 양국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은 한·미 FTA 이후 미국의 한국에 대한 상품수지 적자가 두 배로 늘어난 점을 지적했다. 특히 자동차와 철강, 정보통신(IT) 분야의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강조하면서 한·미 FTA 개정(amendments)과 수정(modifications)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의 대한(對韓) 상품수지 적자는 미시적, 거시적 요인이 복합한 결과이지 한·미 FTA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통계 데이터를 근거로 설명했다. 이어 양측 전문가들이 한·미 FTA의 효과와 미국 무역수지 적자 원인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조사하자고 제안했다.

김 본부장은 영상회의 직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미국 측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결론을 안 내릴 수도 있느냐”는 질의에 “물론이다”고 답했다. 통상전문가들은 김 본부장의 발언을 두고 미국 측에 한·미 FTA 개정을 하려면 먼저 협상 카드를 제시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정과 수정을 요청한 건 미국이니 우리가 먼저 움직일 필요는 없다”면서 “미국에서 요구할 건 하면서 우리 쪽에도 카드를 내놓을 수 있는 만큼 그에 따른 대응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도 “미국 측 답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한·미 FTA 개정 논의는 미국 측이 어떤 카드를 내놓느냐에 따라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미국에 대한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 무역적자가 16억4000만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30억8000만 달러)에 비해 적자폭은 크게 줄었다.

서윤경 홍석호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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